“40년 만에 올라온 자리라 내려가기가 싫네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1월10일(현지 시간)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 양자경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같은 영화에서 양자경의 남편 역할을 맡았던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조너선 케 콴 또한 남우조연상 수상이라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활동한 지 각각 40년, 38년 만에 미국 시상식의 주조연상을 거머쥔 아시아계 배우들이 시상식장을 기쁨으로 물들였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앤절라 배싯은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마블 영화로 미국 주요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로 등극했고, 가상의 아일랜드섬을 배경으로 관계의 균열을 겪는 두 친구의 이야기 <이니셰린의 밴시>는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각본상(마틴 맥도나), 남우주연상(콜린 패럴)을 받으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드라마 부문 극영화 작품상, 감독상의 영예는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돌아갔다. 유대인 소년이 영화계에 입성하는 과정을 그린 반자전적 영화 <더 파벨만스>로 골든글로브에서 세 번째 작품상, 감독상 동시 수상의 기록을 세운 스필버그는 “<E.T.> <미지와의 조우> <뮌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까지 내가 만든 영화들이 모두 레퍼런스가 되어주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은 각각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과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가 차지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 오른 비영어 작품상은 산티아고 미트레 감독의 <아르헨티나, 1985>가 받았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과 성·인종 차별로 인한 보이콧을 겪고 올해 다인종·다문화에 주력한 결과로 정상화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