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여정에 끝이 있을까 싶은 신기한 기분이 든다.”(시백우) 드라마 <상견니>의 주인공 황위쉬안(가가연), 리쯔웨이(허광한), 모쥔제(시백우)가 영화 <상견니>에서 다시 만났다. 펑난소대(주인공들이 다닌 ‘펑난고등학교’의 ‘삼총사’라는 뜻)를 그리워하던 팬들의 염원이 마침내 스크린을 통해 실현된 것이다. 영화는 드라마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했던 황위쉬안과 리쯔웨이가 밀크티 가게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진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모쥔제는 친구 천윈루(가가연)에 대한 마음을 여전히 키워가고 있다. 2017년, 황위쉬안이 상하이로 발령이 나면서 이들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긴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개봉 2일차에 배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가 한국을 찾았다. <상견니>의 세 주인공이 완전체로 내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씨네21> 커버 촬영 현장에 모인 세 사람은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간간이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상견니>의 배우, 제작진과 2년여 만에 모여 “영화를 준비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특별한 느낌”(가가연)을 받았고, 1인2역을 소화하기 위해 “삼각대를 두고 해당 캐릭터가 있을 장소라고 상상하며 연기했다”(허광한)는 후일담을 들려주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앞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들이 꺼낸 염원처럼 “<상견니>가 100만 관객을 돌파해 다시 내한하길 바란다”고 인사를 건네자 세 배우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파이팅!”이라 외치며 활짝 웃어 보였다. 빗속에서도 청량한 에너지를 잃지 않았던 펑난소대가 여기 있었다.
드라마 <상견니>가 그랬듯 영화 <상견니>의 타임라인 또한 복잡해 사건의 순서를 따져가며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당시 배우들도 타임라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있을 것 같은데.
허광한 사실 이미 드라마 <상견니>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상태라 영화를 찍을 때도 타임라인을 파악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제작팀에서도 배우들이 보기 좋게 혹은 읽기 좋게 표를 만들어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루에 2개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간혹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감독님과 제작진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가가연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뒤 촬영에 임하려고 했다. 촬영하는 동안엔 허광한 배우의 말대로 제작진이 만들어준 타임 테이블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드라마나 영화상의 순서에 맞춰 촬영이 진행되는 게 아니다보니 연기를 끝낸 다음에도 이 신이 전후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재차 타임라인을 확인하곤 했다.
시백우 모쥔제 분량에선 타임슬립하는 내용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덜 힘들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가가연, 허광한 배우가 연기할 때 모습을 보면 인물들이 타임슬립하는 것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잘 알려주기도 하더라. 그런 노력이 작품의 완성도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가가연 배우는 한 작품에서 여러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천윈루와 황위쉬안 외에도 천윈루가 황위쉬안인 척할 때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가 인상적이었는데 연기한 배우로선 인물별 디테일을 어떻게 만들어갔나.
가가연 천윈루와 황위쉬안, 두 캐릭터가 구분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두개의 드라마를 함께 촬영하고 있다는 감각으로 연기했다. 표정뿐만 아니라 눈빛과 동작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게 느껴질 수 있도록 분명하게 차이를 두려 했고, 천윈루와 황위쉬안을 연기할 때 각기 다른 향수를 사용해서 스스로를 컨트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리쯔웨이 vs 늙쯔웨이(어른 리쯔웨이) vs 찐취안성(진짜 왕취안성) vs 겉왕속쯔(리쯔웨이의 영혼이 들어간 왕취안성) 중 누굴 가장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이 유행했었다. 허광한 배우는 어떤 답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나.
허광한 다른 시간대에 사는 각각의 캐릭터들 전부 매력 있고 애정이 많지만 연기 측면에서 보자면 학생 시절의 리쯔웨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 시절의 리쯔웨이는 어리고 순수한 면을 지녔고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곤 한다. 또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내겐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때문에 굳이 하나의 캐릭터만 고른다면 학생 시절의 리쯔웨이를 고르겠다.
모쥔제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른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도 천윈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내세우기보다 리쯔웨이를 좋아하는 천윈루의 마음을 먼저 고려한다. 영화에서도 천윈루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이어가다 그와 함께할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쥔제의 이러한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혹시 같은 입장에 놓인다면 본인은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나.
시백우 지금의 나라면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태도가 더 좋고 나쁘다고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누군가는 좀더 직접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서 은근히 지켜주는 방식의 사랑을 한다. 모쥔제는 후자의 방식을 택한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론 표현 방식보단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의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연기이긴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수없이 타임슬립을 하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경험했다. 실제로 타임슬립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 것 같나. 극중 인물들처럼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가.
가가연 설령 타임슬립이 가능하다고 해도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만남엔 의미가 있고 그렇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존재한다. 또한 과거에 일어난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의 자양분이 되어줬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할지라도 그걸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
시백우 가가연 배우의 말에 동의한다. 나 역시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전부 운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과거를 바꾸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작품의 박스오피스 공약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깨닫긴 했다. (일동 웃음) (시백우 배우는 영화 <상견니>의 박스오피스가 1억대만달러를 돌파할 경우, 슈퍼주니어나 블랙핑크의 댄스 커버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편집자)
허광한 좀 재밌는 답변을 드리자면, 만약 타임슬립이 가능하다면 단순히 과거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7초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웃음) 내게 그런 특별한 능력이 주어진다면 잘못해서 음료를 쏟았거나 아니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을 때 바로 직전으로 돌아가 결과를 더 좋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