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아무도 흔쾌히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을 때, 엘렌(비키 크립스)은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절감한다.
그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몸의 고통이 아니라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그의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극도로 꺼리고 회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견디는 일, 그들이 마침내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임신 소식 같은 것을 공유할 때의 비참함 같은 것. 다행히도 엘렌 곁엔 오랜된 연인 마티유(가스파르 울리엘)가 있다. 성실하고 적극적인 보호자를 자처하는 마티유는 바로 그렇기에 엘렌의 비관에 가장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희망의 조도를 타협하는 데 실패한 연인은 엘렌의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잠시 멀어진다. 시한부 블로거 ‘미스터’(비에른 플로베르그)에게 남몰래 동질감을 느끼던 엘렌이 미지의 온라인 친구를 찾아 그가 사는 노르웨이로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하면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엘렌은 자기 앞의 생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마티유는 그것을 어떻게 놓아주어야만 할까.
<안녕, 소중한 사람>은 절망을 생생하게 응시하는 일로 빛을 길어올린다. 쇠락하는 몸을 안고 인간이 품위를 찾는 일은 이 영화에서 말처럼 신성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초연한 자유를 갖기 위해서 엘렌은 먼저 침묵의 백야와 딱딱한 침대를 견뎌야만 하고, 상심한 연인의 마지막 몸부림도 잠재워야 한다. <홀리 모터스> <뉴 오더>의 촬영감독 이브 케이프의 카메라가 이 모든 과정을 끈기있게 담아낸다. 프랑스 여자가 북유럽을 찾아 삶을 각성한다는 컨셉에서 노르웨이를 환상의 장소로 신성화하지 않는 점 역시 다행스럽다. 이는 영화가 현지인인 미스터에게서도 설득력 있는 생존의 서사를 발견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