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쿠팡플레이 ‘미끼’ 김홍선 감독, “욕망이라는 미끼”
2023-02-09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희대의 사기꾼 노상천(허성태)이 사망한 후 8년이 지난 현재,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살인사건에서 희생자들은 전부 노상천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수상함을 감지한 강력계 형사 구도한(장근석)과 인터넷 매체 기자인 천나연(이엘리야)은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둘 추적해간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손 the guest> <보이스> 등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선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데 주목했다고 전한다. 2006년, 2010년, 2023년 세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드라마가 진행되는 만큼 “각 화의 부제를 유의 깊게 보면 흐름을 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도 전했다.

- <미끼>의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했다고.

= 그동안 소위 말하는 센 작품들을 많이 해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연출할 수 있는 범죄 스릴러를 기획해보고 싶었다. 김진욱 작가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근 3년간 대본을 수정했다.

- <미끼>도 만만치 않게 세고 무게감 있는 작품이라 느꼈다.

= 내 입장에선 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강렬한 액션 신이 많거나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드라마를 많이 연출했으니까. <미끼>는 그런 스펙터클보다는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들, 가령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숨겨둔 채 조금씩 밝혀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대본이라 즐겁게 촬영했다.

- 말한 대로 기존의 연출작들과 결이 다른데, 따로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

= 대본 최종고를 받았을 때 영화 <파고>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작품의 감성과 분위기가 닮았다. 실제로 작품에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고, 촬영할 때도 <파고>를 오마주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 <미끼>의 흥미로운 점은 선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노상천도 과거엔 사기를 당한 피해자였고, 노상천에게 사기를 당한 이들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그런 관계성이 재밌다.

= 선악으로 나누면 연출하기엔 편하겠지만 사건을 그렇게 쉽게 풀어가고 싶지 않았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 얽히고설킨 입장과 각자의 욕망이 부딪히는 장소가 우리 드라마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방점을 찍고 촬영에 임했다.

- 2006년, 2010년, 2023년을 오가며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시대상의 차이를 두기 위해 미술에 공을 들인 게 느껴졌다.

= 우리끼린 2006년을 ‘대과거’, 2010년을 ‘과거’, 2023년을 ‘현재’로 부르며 시기를 구분했다. 사실 1980년대와 2020년대 정도의 시간 차라면 시대상을 드러내기 쉬웠을 텐데 2000년대 중반엔 이미 인터넷도 들어오고 핸드폰도 있고, 심지어 건물들도 거의 그대로였다. 그래서 배우들의 분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요즘엔 CG 처리를 많이 하니 전통적인 방식을 차용한 셈인데 그래도 이 방식을 통해 현실감을 주고 싶었다. 배우들과도 외형을 바꾸는 것에 관해 의견을 많이 나눴다.

- 한편으론 시대별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빛의 컬러감을 다르게 설정했다.

= 배우들의 분장 외에 조형적으로 구분을 두기로 결정한 결과다.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현재 시점엔 차가운 푸른빛을 더하고, 과거 시점은 푸르게 하되 살짝 덜 차가운 느낌이 들게 했다. 대과거는 암바톤(붉은 톤)을 집어넣어 더 바랜 듯 느껴지도록 했다.

- 조명을 창밖에 두고 역광을 활용하는 신들도 많다.

= 속내를 숨기려는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표정을 전면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역광을 써서 캐릭터들의 표정을 살짝 감추고자 했다.

- 노상천, 구도한, 천나연은 어떤 인물이라고 봤나.

= 태어날 때부터 개인의 성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노상천은 기본적으로 악할 수밖에 없는 근원을 지닌, 악마에 가까운 안타고니스트로 표현하고 싶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노상천의 굴곡이 드러나는데, 자칫 너무 희화화되거나 그의 영웅담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구도한은 과거 변호사 시절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면이 두드러지지만 현재 시점에 형사로 활약하면서 감정적인 면이 가미되는 인물이다. 그런 변화를 잘 드러내려 했고, 천나연은 노상천에게 사기를 당한 어머니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지만 기자로서 정의로운 입장을 계속 견지해나가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주연을 맡은 장근석, 허성태, 이엘리야 세 배우의 조합이 신선하다.

= 노상천 역은 처음부터 허성태 배우가 떠올랐다. 전에 없던 유형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좀더 새롭게 해석해주길 바랐는데 다행히 악마와 다름없는 최고의 사기꾼 역할을 맡는다는 것 자체를 흥미로워했다. 장근석 배우는 멜로 장르가 잘 어울리는데, 최근 장르물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을 진행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해 함께하게 됐다. 이엘리야 배우도 <미끼> 대본을 너무 좋아해줬고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밌게 촬영에 임했다. 배우들 각자 전환점이 필요하던 시기에 <미끼>와 잘 만난 듯하다.

- 2화까지의 방영분 중 키 신을 꼽으라면, 추적 끝에 결국 경찰이 노상천을 놓치는 1화 엔딩 신일 것이다.

= 그 장면이 두개의 시선으로 나오지 않나. 허탈해하는 경찰들 옆으로 노상천의 차가 빠져 나가는 신이 1화에선 노상천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반면, 2화에선 형사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과연 경찰들이 그를 놓친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놔준 것일까. 이 신이 사건의 발단이자 <미끼>의 열쇠가 되는 신이다. 유의 깊게 봐주셨으면 한다.

- 제목을 <미끼>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

= 한번 미끼를 물면 그 바늘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끌려다니지 않나. 이 드라마의 많은 인물들이 그렇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끼를 던지고 누군가의 바늘에 꿰여 원치 않은 방향으로 휘둘린다. 이러한 상황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들여다보면 각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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