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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간니발’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2023-02-17
글 : 이우빈

<간니발>

디즈니+

쿠게 마을에 순경 아가와가 새로 부임한다. 임업 기반의 농촌에서 고토 가문은 마을의 지주 격으로 세력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마을 주민과 고토 가문 사람들의 태도가 수상하기 그지없다. 외부인 아가와를 지나치게 의심하고 억압하기 때문이다. 아가와는 수상함의 이유를 좇은 끝에 쿠게 마을의 식인 풍습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농촌 공동체를 폐쇄적인 타자로 여기며 공포의 근원으로 삼는 진부함이 먼저 눈에 띈다. 다만 <드라이브 마이 카>와 <모두 잊었으니까>의 각본으로 실력을 입증한 오에 다카마사의 솜씨가 걸출한 장르적 몰입감으로 단점을 상쇄한다. 아가와의 과거, 쿠게 마을의 비밀 등이 촘촘히 엮이며 전개의 휴지기를 줄인다. 특히 <실종>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한 1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강렬함 이상의 섬뜩함으로 기대를 돋운다.

<맵다 매워! 지미의 상담소>

Apple TV+

<테드 래소>의 크리에이터인 빌 로렌스가 내놓은 신작 시리즈다. <테드 래소>처럼 일상적인 시트콤 기조에 아슬아슬한 19금 유머가 섞여 있다. 웃음의 타율은 한결같이 높다. 주인공은 심리 상담사 지미다. 그런데 심리 치료가 가장 시급한 이도 지미다.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지난 1년을 술과 약물로 버텨왔다. 이전의 일상으로 재진입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딸은 아빠의 방황에 신물이 나 있다. 새 환자와의 관계도 삐걱거리기만 한다. 이에 지미는 산적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인간관계로 해소하려 노력한다. 동료 상담사 폴(해리슨 포드)이나 이웃 리즈, 심지어 환자인 숀에게까지 작고 큰 도움을 받아가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즉 우리 삶이란 사람끼리 부대끼고 싸우면서도 금방 화해하고 극복해나가는 것임을 스스로 증명해나간다.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넷플릭스

인도 남부의 코끼리 보호구역에서 코끼리 라구를 돌보는 노부부 봄만과 벨리의 일상을 채록한 다큐멘터리다. 라구는 어릴 적 부모와 헤어진 탓에 새끼 때부터 인간 손에 키워졌다. 그만큼 라구에 대한 노부부의 애정은 각별하다. 노부부뿐 아니라 코끼리 보호구역의 주민들에게 코끼리란 가족이자 숭배의 대상이고 없어선 안될 자연의 존재로 여겨진다. 다큐멘터리는 애써 인도코끼리종의 현실적 위기를 드러내거나 강조하진 않는다. 대신 코끼리들의 사랑스러운 면모, 코끼리와 함께하는 인간들의 경이로운 화합을 담아내는 데 오롯이 집중한다. 그렇게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연의 경외를 불러일으킨다. 자극 없이 담백한 기획과 연출이 강점인 작품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편다큐멘터리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Apple TV+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단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순백의 설원에서 소년과 두더지가 만난다.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과거를 지니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년의 바람만은 뚜렷하다. 이를 위해 두더지는 길을 안내한다. 그들은 귀갓길에서 여우, 말과 마주친다. 친구가 된 넷은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확인한다. 찰리 맥케시의 동명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자가 직접 연출과 각본에 참여했다. 덕분에 원작의 강점이었던 무심해 보이되 따스한 굵은 펜 선의 생명력이 애니메이션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처럼 작품 속에 이미지의 순도를 가득 채우는 대신 설득력 있는 서사는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의 짜임새보단 희망과 사랑, 용기 등을 외치며 감성적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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