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영상 중 수위가 높아 접근이 금지된 영상물을 뜻하는 마루이 비디오. 수찬(서현우)은 기자 은희(조민경)와 함께 이 비디오를 좇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한다. 입수한 비디오는 여관방 직원이 여자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장면을 촬영한 동성장 살인사건 영상이다. 이 비디오가 문제적인 것은 잔인함의 수위보다도 영상에 찍힌 유령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관의 주인이 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관련자임을 알게 되고, 사건은 파헤칠수록 비디오에 출몰한 유령의 원한과 가까워진다. 진실을 탐닉하는 제작진을 향해 비극이 덮쳐오는 것은 피치 못할 운명처럼 보인다.
VHS 테이프와 캠코더, 브라운관 TV를 송출 수단으로 갖는 마루이 비디오는 레트로 미디어를 활용해 공포를 조성하는 아날로그 호러 장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날로그 호러가 공포의 대상을 감추면서 약간의 암시를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반면 마루이 비디오에 포착된 유령의 선명한 형상은 모호함의 공포를 자아내기보다는 사건의 추리를 돕는 증거로 기능한다. 영상이 되감기되지 않거나 테이프가 복제되지 않는 초자연적 현상은 영상 속 유령의 존재감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므로 영화는 아날로그 호러의 기이함을 공포의 요소로 활용하기보다 레트로 미디어의 복제 불가능성을 스모킹 건 삼아 비극적 사건의 진상을 바로잡으려는 추리물의 욕망에 가까워진다. 오히려 공포스러운 것은 CCTV와 영상통화 화면의 불안정한 신호 속에서 픽셀로 일그러지는 피사체의 모습이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흔들리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픽션과 현장 사이에서 위태롭게 진동한다. 한국 최초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화제를 모은 <목두기 비디오>의 장편 리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