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린이 <다음 소희>에서 자신이 맡은 준희에게 낯가림 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영화 촬영이 고향 전주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만날 걷던 길거리”를 준희가 되어 친구 소희(김시은)와 함께 누빌 때 그는 감회가 새로웠다. 두 번째 이유는 닮은 성격 때문이다. 준희에게서 그는 “밖에서는 밝은 척해도 집에 돌아오면 생각에 잠기던 내향적인” 자신을 발견했다. 준희 나이대에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스트리트 댄서로 활동하던 시절, 서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려 애쓰던 자신도 봤다. 준희가 마냥 밝은 아이는 아니지만 소희와 놀 때나 라이브 방송을 켜면 영락없이 풋풋한 소녀라 “지금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10대의 발랄한 면모”를 끄집어내 캐릭터의 속을 채워갔다. 정주리 감독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도 썼듯 ‘나’를 닮은 ‘너’를 연기하면서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을 미워했던 시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보길 좋아하던 정회린은 연기 학원 첫날에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난생처음 눈앞에서 누군가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경이로움에 울음을 터뜨렸고 “내 자리를 찾았다”고 확신했다. 한 장르가 주는 갑갑함에 오래 사랑한 스트리트 댄서 생활을 접고, 이어 시작한 모델 일이 “어쩐지 내 언어가 아닌 듯해” 속앓이하던 시기였다. “오래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긴” 정회린은 지난 한해 동안 <다음 소희>뿐만 아니라 영화 <주인들>과 <이어지는 땅>, 시리즈 <몸값>에 출연하며 현장 경험을 쌓는 일에 집중했다. 올해에도 “맡은 캐릭터에 후회 없이 몰입하며” 카메라 앞에 설 생각이다. 빛이 모인다는 이름의 의미대로 지금 정회린은 연기의 빛을 모아 배우의 길을 밝히고 있다.
FILMOGRAPHY
영화 2022 <이어지는 땅> <다음 소희> <주인들>
드라마 2022 <몸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