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스마트폰에 찍히는 모습을 연기할 땐 내가 감독이 된다”
2023-03-02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극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배우가 보여줘야 할 안정감은 천우희가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출연을 고민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우희는 <써니> <곡성> 등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캐릭터성은 물론 직장인 여성 누구나 대입할 만한 보편적 얼굴 또한 갖춘 배우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후 연쇄살인마 준영(임시완)에게 쫓기는 나미의 감정적 낙차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서스펜스를 탁월하게 조형한다.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읽은 감상은.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매번 다르다.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작품은 세 인물의 관계도가 흥미로웠다. 반전이 과하지 않으면서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계속 바뀌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나미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준영과 지만(김희원)의 관계를 궁금하게 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었다. 그리고 김태준 감독이 서스펜스를 굉장히 잘 만드는 분이었다. 누구나 경험할 법한 일이다 보니 관객이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서 더욱 몰입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스릴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종류의 공포가 영화 기저에 깔려 있는 작품이다.

= 첫신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앱을 보여줘서 관객의 친밀도가 상승하고 상황에 몰입하기가 좀더 용이해진다. 한편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처음부터 오픈되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긴장감을 가져갈 수 있다. 대부분의 스릴러는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범인이 어떻게 피해자를 가할 것인가, 어디까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가를 두고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성된다.

- 김태준 감독은 천우희 배우의 유튜브를 보면서 나미의 말투의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 사실 제작보고회 때 말씀하셔서 그때 처음 알았다. 실제 내 모습이 비슷하게 나오는 것을 의도하신 것 같은데 연기할 땐 원래 내 모습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대신 나미가 누구에게나 쉬운 먹잇감이 되게끔 보이도록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에 휘말리며 피해를 입고 혼란스러워해야 하다 보니 최대한 연기적으로 임팩트를 줘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나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며 그냥 그 상황에 있으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아주신 것 같다.

- 고프로나 스마트폰을 직접 활용한 신들이 있다. 이런 촬영 방식이 배우의 연기에 미치는 영향도 있나.

= 스마트폰에 찍히는 모습을 연기할 땐 내가 감독이 된다. 감독의 의도에 맞게 내가 앵글을 잡고 움직이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촬영감독과의 합도 중요했다. 가령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멈춰야 한다. 앵글과 움직임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촬영인데 은근히 할수록 욕심이 나더라. 한번만 더 찍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말이다. 재밌는 게 마음속으로 이번 테이크는 오케이다 싶을 때 감독님도 오케이를 외쳤다. (웃음) 영화적인 표현과 사실적인 표현 중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임시완은 어떤 배우였나.

= 시완이 연기를 보면 굉장히 똑똑한 친구라는 게 눈에 보인다. 현장에서 보니 연기 접근 방식도 새롭고 해석력도 좋다.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배우로서 많이 배웠다. 아이디어도 많이 내면서 연기에 재미있게 접근한다. 우준영이라는 캐릭터에 관객이 관심을 끊을 수 없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 스마트폰이 또 다른 자아가 된 시대, 그만큼 스타를 접할 수 있는 경로도 많다. 유명인과 대중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한 적이 있나.

= 요즘엔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인플루언서도 많고 본인의 기호에 맞게 좋아하는 사람도 무척 다양한 시대다. 그래서 신비감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SNS에서 보여줄 만한 특색 있는 삶을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나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가끔 어려울 때가 있다. 결국 각자의 성향 차이가 아닐까. 종종 일상을 근사하게 꾸미고 잘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지만, 억지로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지금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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