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 감독 이광영, 김지연 / 출연 이성경, 김영광 / 플레이지수 ▶▶▶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던 날 우주(이성경)는 한통의 문자를 받는다. 13년 전 바람나 집을 나간 아버지의 장례식 소식에 우주는 오랜 시간 계획한 복수를 실행에 옮기려 한다. 호피 무늬 원피스를 차려입고 장례식장으로 향해 죽은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불륜 상대에게 모멸감을 선사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눈물을 참지 못한 건 우주 자신이다. 불륜 상대인 희자(남기애)가 우주네 집을 팔아 치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복수란 걸 정 해야겠다면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의자라도 빼버리라고 배운 우주는 복수를 꿈꾸며 희자의 아들 동진(김영광)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보호해주어야 할 것만 같은 동진의 축축한 뒷모습은 우주를 망설이게 한다. 7년 만난 애인에게 뒤통수 맞고, 전 직장 상사는 동진의 회사에 끊임없이 훼방을 놓으며, 네번의 결혼을 한 어머니와는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동진. 우주는 줄곧 복수를 다짐하지만, 동진의 미련한 등짝이 계속 떠오른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무채색과 같은 두 사람의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을 세심히 그려낸다. 바삐 움직이는 주변 사람들과 주인공의 속도를 대비시켜 군중 속의 고독을 부각한다든지, 거리를 둔 채 나란히 선 두 사람을 오버헤드숏으로 촬영해 개인의 외로움이 맞닿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별, 상실, 고통 앞에 놓인 개인의 심경을 드러내기 위해 음향을 극단적으로 소거한 신도 차분하고 서정적인 흐름에 적절히 들어맞아 몰입을 배가한다. 요컨대 <사랑이라 말해요>는 무뚝뚝한 잿빛과 같은 두 사람, 우주와 동진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외로움을 헤아리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하고 현실감 있게 감정을 묘사한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