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시카고. 이제 막 임신 3개월차에 들어선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자신이 심근병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칫하면 울혈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 그의 담당 의사도 유일한 치료법으로 임신 중절을 강력히 권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낙태를 금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성으로만 구성된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는 그에게 반대표만 몰아준다. 암시장의 수혜라도 받아볼까 싶지만 그것도 영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비를 피하려 멈춘 표지판 앞에서 묘한 광고 벽보를 발견한다. “임신으로 불안하신가요? 제인에게 전화해보세요.”
결국 조이는 낯선 이들의 호의를 통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콜 제인’의 구성원들에게 선을 긋는다. 이곳을 찾은 절실함이 똑같아도 미혼 여성일 경우 자신과 다른 취급을 하며 비난의 말을 얹기도 한다. 그때 콜 제인을 운영해나가는 버지니아(시고니 위버)가 말한다. “우리는 도울 뿐이에요. 질문은 하지 않아요.” 사실 조이는 낙태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질문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서 남성 위원들이 그에게 건넨 질문들은 하나같이 계몽적이고 권위적이고 여성 문제에 몰이해했기 때문이다. 그 태도가 얼마나 여성을 사회의 사각지대로 몰아세우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뒤로 조이는 변한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비밀스레 감춰온 자신의 임신 중절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하고 안아준다. 언뜻 ‘여성의 낙태권’이라는 주요 주제를 두고 정해진 결말을 보여줄 것 같지만, 이야기 사이마다 비백인종에 대한 교차성 페미니즘과 신체적 자유에서 비롯한 이념적 자유, 가정에서 시작되는 저항 등 다양한 여성주의의 갈등과 면면을 밀도 있게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