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똑똑똑’,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진동하는 딜레마
2023-03-08
글 : 오진우 (평론가)

웬(크리스틴 쿠이)은 숲속에서 혼자 곤충채집 중이다. 멀리서 한 낯선 인물이 다가온다. 그의 이름은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 그는 웬의 가족과 친구가 되려고 왔다고 말한다. 또 멀리서 연장을 든 3명의 수상한 자들이 다가온다. 레너드는 웬에게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겁에 질린 웬은 두 아빠 에릭(조너선 그로프)과 앤드류(벤 알드리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낯선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강제로 집 안으로 침입한다. 이들은 세상에 닥칠 재앙을 막기 위해선 가족 중 한명이 희생해야 한다고 전한다.

<똑똑똑>은 반전 스릴러의 대명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2019년 미국 공포 작가 협회의 브램 스토커 소설상을 수상한 폴 G. 트렘블레이 작가의 <세상 끝의 오두막>이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에 관한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묵시록의 4기사’를 차용한 4명의 낯선 자들은 여느 협박범과 달리 상냥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믿어야 한다면서 TV 뉴스 속보를 보여주며 지구 종말의 증거를 제시한다. 우연의 일치와 운명 사이에서 영화는 가족이 겪는 딜레마를 담으려 노력한다. 특히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얼굴을 통해 관객은 인물들의 난처한 표정을 느낄 수 있다. 오두막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영화는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작동되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치가 돋보인다. <똑똑똑>은 <아바타: 물의 길>의 흥행 가도에 제동을 걸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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