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연상호 작가가 말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 비결
2023-03-13
글 : 조현나
사진 : 최성열

- 처음 드라마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드라마는 영화보다 호흡도 길고 제작 과정 면에서도 차이가 있어 여러모로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첫 드라마 <방법>을 집필하기 전, 드라마 작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들었습니다.

= 맞아요. 하다못해 한회 쓰려면 몇 페이지 정도를 써야 하는지,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물어봤죠. 이후로는 직접 부딪히면서 깨달은 부분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방법>은 tvN 드라마라 한회당 시간이 58~60분 정도로 고정돼 있거든요. 그 시간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그런 형식적인 부분 외에도 서사의 구조 면에서 볼 때 관객이 반응하는 부분이 제가 의도한 부분과 항상 일치하진 않더라고요. 그럼 다음 작업을 할 때 그걸 좀더 보완하는 식으로 고려할 사항들을 만들어갔어요.

- 경험이 쌓일수록 영화와 TV드라마, OTT 플랫폼 시리즈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와닿을 듯해요.

= 아예 다른 형태라고 봐요. 만화에서도 단행본 작가와 연재 작가의 생태계가 다르듯이.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제가 <방법>을 쓸 때만 해도 대본이 4회까지만 나오면 바로 작업에 들어갔거든요. 하지만 OTT 드라마는 대본이 다 나와야 시작할 수 있죠. 또 드라마 에피소드를 한번에 전부 공개하느냐, 한주에 2회차씩 공개하느냐, 영화도 OTT 플랫폼에서 선보이느냐, 극장에서 상영하느냐에 따라 다 다릅니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도 영화는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을 많이 떠올렸거든요. 시리즈는 속도감보다는 오히려 터닝 포인트가 많이 필요해서 여러 갈등을 겪는 인물이 낫더라고요. 그래서 <지옥>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대부분 딜레마를 갖고 있고,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거의 다 그럴 예정이에요. 경험해야 할 매체의 특성은 여전히 많고, 매번 새롭습니다.

- 경험해야 할 영역이 여전히 많다고 말씀하지만 그럼에도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TV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현재 가장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창작자인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 경험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좋은 시기라는 생각도 드는데, 지금은 모든 게 뒤섞인 혼돈기예요. 뭘 알아야 방향을 잡고 나아갈 텐데 그걸 명확히 아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직접 돌파해나가는 수밖에 없죠. 이런 시기엔 경험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그림을 배울 때 ‘물속에 들어가 허우적대야 수영을 배우지, 물 밖에서 수영하는 법만 공부해선 수영을 잘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의 상황에 잘 어울리는 말 같아요.

<정이>. 사진제공 넷플릭스

- 작품 준비할 때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요.

= 이야기하고 싶은 테마가 생기면 그에 맞는 소재를 찾거나 고민하긴 하는데 글이 정말 안 풀리지 않는 한 많이 보진 않아요. 차라리 예전에 본 것들을 중심으로 복기를 하죠. 특히 요즘에는 따로 작품을 볼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대신 아이들과 유튜브나 키즈 콘텐츠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럼 해당 산업의 흐름 같은 게 눈에 들어와요. 예를 들면 키즈 애니메이션도 몇년 사이에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렸거든요. 제작 과정도 당연히 달라졌고요. 전체적인 미디어 흐름이라는 게 천지개벽을 하다보니 그런 변화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해보게 돼요. 한동안 프로레슬링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선 갈등이 무한하게 일어나거든요. 동료와 싸우고, 불륜이 일어나고, 새로운 갈등이 계속 끼어들고 대체돼요. 보면서 앞으로 많은 콘텐츠가 이런 방향으로 가는 건가 싶었어요. 특정 세계관 안에서 끝없이 갈등이 생산되는 구조. 요즘 OTT와 TV의 시즌제 드라마를 보면서 같은 걸 느껴요.

- 그러한 시즌제 형식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큰 고민 중 하나죠. OTT 플랫폼 생태계상 인기가 없으면 후속 시즌이 안 나올 수 있거든요. 작가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는데, 시즌1에서 끝난다면 그건 반쪽짜리 작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고 싶지 않아서 <지옥>도 하나의 시즌으로서 완결성을 갖되 다음 시즌을 보고 싶게끔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 <지옥> 만화 버전에선 박정자(김신록)가 부활하는 신이 없거든요. 만화의 완결성을 위해 뺐는데 드라마 버전에선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전략적으로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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