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양자경) 3월13일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속 양자경의 멀티버스가 모두의 눈앞에 실현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에서 에블린으로 열연한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수상까지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에에올>은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주요 7개 부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다. <에에올>에서 에블린을 다중 우주로 이끈 웨이먼드 역의 조너선 케 콴은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던 보트피플이 할리우드의 가장 큰 무대까지 왔다”며 감격에 찬 소감을 남겼다. 해리슨 포드가 작품상 시상자로 나서 <에에올>을 호명하기도 했는데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조너선 케 콴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갔다. 이둘의 감격스러운 재회도 이번 시상식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윌 스미스의 폭행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지난해 시상식과 달리 올해 아카데미는 최초 수상을 기록한 배우들의 감동적인 수상 소감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상과 이혼, 성추행 등 연이은 악재로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었던 브렌던 프레이저도 <더 웨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멀티버스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분장상도 <더 웨일>에 돌아갔다.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에에올>에 맞섰던 독일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탑건: 매버릭>은 음향상을, <아바타: 물의 길>은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올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던 인도영화 <RRR>은 주제가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