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 / 연출 스티븐 홉킨스 / 각본 버지니 브랙 / 출연 뱅상 카셀, 에바 그린 / 플레이지수 ▶▶▷
영국의 국가 사이버 안보 센터가 해킹당한다. 런던 다리가 곧 무너질 것이란 영상이 모든 컴퓨터에 재생된다. 이어서 템스강의 방벽 시스템까지 해킹당하면서 런던에 재난급 홍수가 닥친다. 이에 영국의 정부 요원 앨리슨(에바 그린)은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범인의 행적을 좇는다. 그러던 중 과거의 연인 가브리엘(뱅상 카셀)과 재회하게 된다. 가브리엘은 프랑스의 민간 용병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그는 영국 해킹 사건에 연루된 시리아의 젊은 해커 왈리드와 사미르를 추적 중이다. 이들은 시리아 경찰의 데이터 서버를 해킹하던 중 영국 사이버 테러의 배후에 러시아와 프랑스 정부, EU가 얽혀 있음을 발견한다. 이 탓에 각국의 표적이 되어 도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앨리슨과 가브리엘은 서로가 적임에도 불구하고 밀회를 이어간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의 불안감이 녹아든, 일종의 시대를 반영한 첩보물이다. 그간 EU 사이버 보안의 주축이었던 영국이 떨어져 나간 뒤 유럽에 드리운 각국의 경쟁의식, 이를 틈탄 외세의 침략이 얽히고설키는 형국이다. 한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천재 해커들의 출신이 시리아로 규정되면서 유럽의 화두인 난민 사안도 가미된다. 즉 이처럼 복잡한 유럽의 정세를 가브리엘과 앨리슨이란 두개의 축을 통해 장르물로 규합하려는 작품이다. 다만 극 초반의 인물 관계도 제시가 매끄럽지 않아 서사를 직관적으로 따라가기가 어렵다. 게다가 감춰졌던 흑막 뒤의 정체가 인물들의 대화로 밝혀지는 연출이나 사건 전개 속 듬성듬성 비어 있는 설정들로 인해 장르물로서의 긴장감이 현격히 떨어진다. 눈요기에 좋은 대규모 프로덕션과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시리즈의 밀도가 낮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