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웅남이’, 사람이 된 곰의 흐릿한 웃음 발자국
2023-03-22
글 : 이유채

중년의 얼굴을 한 25살의 나웅남(박성웅)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가 마늘과 쑥을 100일간 먹고 사람이 된 반달곰이라는 사실이다. ‘곰’ 웅남을 연구하던 과학자 나복천(오달수)과 아내 경숙(염혜란)에게 거둬진 그는 고된 사회화를 거쳐 어엿한 경찰이 되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아 근무 태만으로 해직된다. 백수가 되어 동네 친구 말봉(이이경)과 도박장에 갔다가 선배 경찰 오일곤(윤제문)에게 체포되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는다. 생물 테러를 계획하는 국제 범죄 조직의 이인자 이정학(박성웅)과 똑같이 생긴 덕분에 공조를 제안받은 것. 엄마 소원인 복직까지 가능해지자 웅남은 오일곤이 이끄는 도플갱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웅남이>는 사람이 된 곰의 초월적 능력을 활용해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화다. 발달된 후각과 청각으로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아맞히거나 멀리서 발생한 사고 소리를 듣고 괴력을 발휘해 현장을 해결하는 웅남의 활약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순순한 사내와 고독한 남자를 오가는 박성웅의 일인이역 연기도 시선을 끈다. 다만 <웅남이>에는 낭비된 장면이 많다. 작정한 코미디 신들이 쓰임을 다했음에도 같은 말과 상황을 되풀이하며 길게 이어져 피로감을 안긴다. 장면이 시작하자마자 음악을 깔아 특정 분위기를 유도하거나 인물이 등장할 때 효과음을 넣는 방식은 몰입을 방해한다. 설정만 있고 디테일은 경시한 핵심 사건은 작품이 구축한 세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우왕좌왕하는 편집과 박성웅의 대표 캐릭터인 <신세계>의 이중구에 의존한 액션 신 역시 아쉽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면서도 단편영화를 틈틈이 작업해온 박성광의 첫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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