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최고작 5편은 무엇인가요?’ 스필버그의 유년기가 담긴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 개봉을 앞두고 국내의 영화감독 및 제작자들에게 설문을 청했다. 영화 창작자의 시선으로 본 스필버그의 역작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스필버그 감독님 영화 중 다섯편만 뽑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진짜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류승완 감독)는 답이 날아왔다. 끝내 순위까지는 못 정하겠다며 무순으로 응답한 이들도 여럿이었다. 바쁘기로 소문난 감독들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기꺼이 응답해준 건 스필버그가 영화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감독들의 감독’이기 때문이리라. 설문의 결과도 흥미로웠다. <죠스>와 <E.T.>는 상위권에 포함되었지만 스필 버그에게 7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쉰들러 리스트>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스필버그의 초창기 영화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반세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기의 작품들이 고르게 10위 안에 포진한 것도 스필버그의 위대함을 증명한다. 실제로 스필버그는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60년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운 최초의 감독이기도 하다.
<파벨만스>에서도 스필버그는 70대의 노감독이 아닌 여전히 혈기왕성한 미국영화의 아이콘으로서 오직 본인만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1952년 1월10일, 6살 소년 스필버그(극 중 이름 새미)가 극장에서 영화(세실 B. 드밀의 <지상 최대의 쇼>)와 첫 대면했던 때를 비추며 시작된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거대한 사람들이 등장 하는 영화가 두려운 어린 아들 새미에게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말한다. “영화는 꿈이야. 절대 잊히지 않는 꿈.” 공포스럽지만 황홀한 영화와의 첫 만남 이후 스필버그의 삶에서 영화는 절대적인 매혹이자 꿈, 고통이자 환희, 삶을 지탱하는 전부가 된다. <파벨만스>를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자유로운 연상 작용에 있다. 캘리포니아로 이사하면서 미치가 집 안에 들인 원숭이를 보며 <레이더스>의 원숭이를 떠올리고, 해변 풍경 스케치에서 <죠스>를 생각하고, 극 중존 포드 감독으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보면서 <미지와의 조우>에 출연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을 떠올리게 되는 식이다. 그렇게 자기 연민도 자기 과시도 없는 솔직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전기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고 나면 길을 걸을 때마다 지평선을 찾게 되는 이상한 마법에 빠져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꼽은 나만의 스필버그 영화 베스트5를 적어볼까 한다. <레이더스>며 <쥬라기 공원>이며 <스파이 브릿지>가 ‘나를 빼먹지 말라’고 아우성이지만, 나의 최종 선택은 <죠스> <미지와의 조우> <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