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아날로그적인 향수와 판타지가 결합한 매력
2023-03-29
글 : 오진우 (평론가)

에드긴(크리스 파인)과 홀가(미셸 로드리게스)는 중절도죄와 사기죄로 2년째 복역 중이다. 사면 심사장에서 에드긴은 그곳에 온 이유를 풀어놓는다. 처음부터 도적은 아니었던 에드긴은 한때 명예로운 기사였다. 하지만 어떤 사건 이후 그는 아내를 잃고 딸 키라(클로이 콜먼)를 홀로 키우게 된다. 힘든 시기에 홀가를 만나 남매처럼 같이 지낸다. 이들은 도둑질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팀을 꾸려 판을 키운다. 소피나(데이지 헤드)의 제안으로 이들은 ‘부활의 서판’을 얻기 위해 코린의 성으로 잠입한다. 하지만 소피나와 포지(휴 그랜트)의 배신으로 감옥에 잡혀온 것이다. 사면되기 직전에 이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탈옥에 성공하고 포지를 찾아간다. 부활의 서판을 가지고 있는 포지는 못 본 새 네버윈터의 영주가 되었다. 그는 키라도 돌봐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키라는 속고 있었다. 포지와 소피나는 여전히 한통속이었다. 가까스로 성에서 탈출한 에드긴과 홀가는 딸을 구출하기 위해 옛 동료인 사이먼(저스티스 스미스)을 찾기 시작한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현존하는 RPG 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D&D>를 영화화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레미 아이언스를 주연으로 한 <던전 드래곤>(2000)이 있었으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D&D>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영화는 <D&D>의 오리지널티를 살리면서 감독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버무린 연출을 선보인다. 에드긴이 이끄는 도적단이 딸 키라를 구출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서사는 감독의 전작인 <베케이션> <게임 나이트>와 궤가 비슷하다. 가족 서사 위에서 극이 진행되기에 설령 <D&D>를 모르는 관객도 쉽게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

영화는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로 탁월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플래시백과 롱숏을 활용해 편집상 특유의 리듬으로 웃음을 만드는 재치도 선보인다. 최첨단 과학 기술로 무장한 최근 영화 속 히어로들과 달리 이 영화는 아날로그적인 향수와 판타지의 면모가 결합한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변신에 능한 드루이드 도릭(소피아 릴리스)이 눈에 띈다. 올빼미와 곰을 합성한 ‘아울베어’의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드루이드는 네버성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노루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로 변신하며 장관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영화는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와 북아일랜드의 광활한 자연 풍광을 담으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건 좀 굴욕인데”

‘언더 다크’란 지하 세계에서 뇌를 먹고 사는 크리처인 ‘로크논’을 보며 에드긴이 한 말이다. 도적단 중 그 누구도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로크논이 증명해주는 영화 속 웃긴 장면 중 하나다.

CHECK POINT

<게임 나이트>(감독 조너선 골드스틴, 존 프랜시스 데일리, 2018)

데이비드 핀처의 <더 게임>을 연상시키는 <게임 나이트>는 조너선 골드스틴과 존 프랜시스 데일리가 공동 연출한 액션 코미디다. 못난 형이 동생 부부에게 제안한 게임에 범죄조직이 엮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오해가 있던 가족이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화해하는 과정은 장르만 다를 뿐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와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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