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인공물이 사람을 닮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 오히려 사람을 닮은 모습이 불쾌함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X축에 표시된 인간과의 유사성이 50%를 넘어가면서 호감도를 나타내는 Y값이 갑자기 음(-)의 영역, 즉 비호감의 영역으로 떨어지며 그래프는 움푹 파인 골짜기 같은 모양이 된다. 어설프게 인간을 닮아서 오히려 기괴해 보이는 로봇이나 사이보그를 두고 ‘불쾌한 골짜기’에 빠졌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알리타의 과하게 큰 눈은 ‘예쁘장한 소녀’ 사이보그를 불쾌한 골짜기로 미끄러지게 만든다.
‘대유쾌 마운틴’은 이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인간과의 유사성이 100%에 근접하여 호감도가 다시 급격히 상승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인터넷 밈이다. 나는 최근에야 대유쾌 마운틴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원하는 외모와 복장, 포즈 등을 텍스트로 주면 그에 딱 맞는 실사 이미지를 재현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소식과 함께. 그곳에는 마치 어딘가에 진짜로 존재하는 사람의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주인공은 거의 예외 없이 모두 젊은 여성이었다. 지금 당장 구글 이미지 검색창에 ‘대유쾌 마운틴’을 입력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가상의 젊은 여성들로 가득한 세계라니, 사실 전혀 새롭지 않다. 로지, 래아, 한유아, 수아, 리나. 최근 수년 사이에 쏟아져나온 디지털 휴먼들은 거의 대부분 20대 여성들이다. 에버, 소피아, 에리카, 지아지아. 불쾌한 골짜기에 빠진 안드로이드 로봇 역시 하나같이 젊은 여성들이다. 성인 용품으로 분류되는 인형으로 존재하는 이름 없는 여성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인플루언서, 광고 모델, 안내원, 비서, 성적 대상은 실제 세계에서도 젊은 여성들에게 기대되는 역할들이다. 불쾌하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것으로 전시되는 이미지들은 다르다. 여성의 얼굴과 몸이 단지 인공지능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보여주고 시험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그리기 힘들어하는 라면 먹는 그림’에는 온통 일본 애니메이션 그림체의 여성뿐이다. 인공지능이 라면 먹는 사람을 그리는 데에 서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소녀가 라면을 먹는 그림을 그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인공물이 드디어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대유쾌 마운틴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고퀄리티 실사 이미지’ 주인공이 왜 모두 젊은 여성일까? 성별 고정관념을 적용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영역에서조차 여성의 몸은 대상화되어 변형되고 조작된다. 크게 불쾌하다.이 큰 불쾌함에는 역사가 있다. 1970년대부터 컴퓨터 영상 처리 시험용으로 가장 즐겨 사용되어온 ‘레나 이미지’는 당시 <플레이보이>에 실린 한 여성 모델의 사진이었다. 불쾌한 골짜기 너머 대불쾌 심연, 도대체 이 심연의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