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비행기가 엔진 문제로 부산에 불시착하면서 <여섯 개의 밤>은 시작된다. 기내의 다른 승객들과 달리 정수지가 연기한 수정만은 태평하다. 미스터리함을 간직한 수정은 관객의 눈길을 끌고, 선우(이한주)의 시선도 사로잡는다. 수정은 가장 비밀스럽게 등장하지만 가장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캐릭터다. 수정이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긴 독백은 직접 정수지가 써내려간 대사들이다.
“최창환 감독님께서 부녀 관계는 잘 모르신다며 내게 대사를 써달라 부탁하셨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기 때문에 실감나게 대사를 쓸 수 있었다. A4용지 3, 4장 분량의 대사를 쓸 때도, 연습할 때도, 심지어 촬영 중에도 옛 기억을 꺼내며 많이 울었다.” 정수지는 영화의 엔딩곡을 정차식 음악감독과 함께 부르며 <여섯 개의 밤>의 크레딧에 가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목소리만으로 음악감독님이 원하는 톤을 만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지만 영화의 엔딩에 내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쓰인다는 게 좋았다. 음원이 출시되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서 실연료가 들어온다는 것도 좋았고. (웃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오면 도전해보고 싶다.”
정수지는 배우 외에도 두편의 단편영화 <담배를 태우는 법>(2018), <이름 없는 다방에서>(2020)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가이자 감독이다. 그가 이야기를 만드는 원칙은 ‘의미’다. “영화화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의 구분은 없다고 본다. 누군가 시간을 투자해 내 영화와 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조금이라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일말의 도움이 되었다, 라고 느껴야 창작자 입장에서 동기 부여가 된다.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 재밌다’, ‘나도 저런 현장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이야기면 좋겠다.”
FILMOGRAPHY
영화 2022 <여섯 개의 밤> 2022 <미지의 세계 시즌투에피원> 2021 <킹메이커> 2021 <아이> 2021 <장르만 로맨스> 2020 <담쟁이> 2020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0 <내가 죽던 날> 2019 <나랏말싸미> 2019 <우리집> 2019 <오늘, 우리> 2018 <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