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 제대로 된 감독판을 볼 수 없었던 컬트 필름 <둠 제너레이션>이 4K 복원판으로 최근 재개봉했다. 4월7일 뉴욕 IFC센터와 BAM시네마테크, 시카고 뮤직 박스 시어터에서 재개봉한 <둠 제너레이션>은 그레그 아라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작품이다. 이번 버전에서는 극장판과 비디오판에서 삭제된 장면 외에도 색감과 조명, 음향, 사운드트랙까지 복원됐다.
4월7일 아라키 감독은 뉴욕 IFC센터에서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조나단 드미 감독의 1986년작 <섬싱 와일드>를 함께 상영하도록 극장측에 제안했다.
<둠 제너레이션>은 1995년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었으며,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새로운 4K 복원판이 소개된 바 있다. 199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이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여러 차례 배급사가 바뀌었고, 오리지널 버전의 NC-17등급(17세 이하 관람 불가)이 아닌 R등급(17세 미만 보호자 동반)으로 개봉을 원했던 새 배급사의 요구로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편집된 버전이 단기간 대도시 소극장에서 상영됐다. 그 후 <둠 제너레이션>은 더큰 ‘모욕’을 겪게 되는데, 90년대 당시 미국 내 가장 규모가 큰 비디오 대여 업체 ‘블럭버스터’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맞는 ‘순한 맛’ 버전이 필요하다며 자체적으로 20여분을 삭제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버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90년대 아메리칸 X세대 펑크 무비”, “목적지 없는 로드 무비”, “10대 허무주의를 그린 범죄영화” 등으로 평가받았던 이 작품이 별안간 로맨틱 코미디로 둔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후로 DVD와 비디오테이프가 절판되면서 R등급 버전조차 관람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둠 제너레이션>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고, 자정 특별상영이나 팬들이 편집한 해적판 버전 등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둠 제너레이션>의 판권이 다시 아라키 감독에게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스트리밍 서비스와 DVD 판매가 가능한 버전으로 복원 및 재편집된 이 작품은 이제 극장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관객과 만나게 됐다. <둠 제너레이션>은 아라키 감독의 5번째 영화로, 1993년 <완전히 엿먹은>, 1997년 <어디에도 없는 영화> 등과 함께 ‘틴에이지 아포칼립스 3부작’으로 불렸다. 아라키 감독은 <둠 제너레이션> 복원과 재개봉 후 <어디에도 없는 영화>도 복원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라키 감독은 재개봉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버전의 작품이 공개돼 너무 흥분된다. 올드 버전이 아주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둠 제너레이션>은 4월14일부터 LA를 비롯해 미 전역에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