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중학교 교사인 도경(전석호)은 현장학습에서 물에 빠진 반 학생을 구하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홀로 남게 된 그의 아내 명지(박하선)는 집안 곳곳에서 도경의 기억을 맞닥뜨리고, 슬픔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고자 사촌의 집이 잠시 비어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한다. 이역만리 머나먼 곳으로 피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도경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오감에 저장되어 머릿속에서 예고 없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에서 유학 중인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을 만난 명지는 도경과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그에게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급급하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과 진실을 알지 못한 사람은 서로의 오해를 정답 삼으며 어긋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명지는 바르샤바가 간직한 진정한 의미의 애도를 경험하며 깊은 위로를 얻고 감정적 소강에 이른다.
김애란 소설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레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의 부유하는 시간을 포착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죽음을 잊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방황이 종결될 수 있다는 굳건한 희망도 찾아낸다. 특히 도경이 구하려 했으나 세상을 떠난 소년의 마지막 가족과 친구의 상흔까지 심도 있게 담아내면서 왜 기억하는 것이 곧 애도이고 사랑인지, 행간에 숨은 감정을 차분한 시선으로 알려준다.
상영 정보
5월6일/19:00/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