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 Orlando, My Political Biography
신체정치사학자이자 그 자신이 트랜스 남성인 폴 B. 프레시아도가 영화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에게 편지를 쓴다. 그에 의하면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젠더를 넘나들며 살아온 캐릭터 올란도에 관한 소설 <올란도>는 버지니아 울프가 한 세기 전 자신을 위해 쓴 자서전이다. 프레시아도는 26인의 논-바이너리 트랜스 젠더 비전문 배우를 고용해 그들이 각자만의 올란도를 연기하도록 한다. 8세부터 70세로 구성된 26인의 트랜스 배우들은 올란도를 연기하고 낭송하며 젠더 이분법 속에서 자신이 저항하고 투쟁한 삶의 단면을 구술한다. <올란도>의 텍스트는 배우들이 살아오며 겪은 고용 차별, 의료 차별 등 인생의 고락과 조응한다.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제목에 걸맞게 원전의 3인칭 주어를 1인칭 주인공 ‘I’로 각색하며 올란도의 이야기가 곧 자신의 이야기임을 확실히 한다. 이와 같은 설정은 <올란도>가 프레시아도 개인을 넘어 2023년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범용한 텍스트임을 입증하는 도구가 된다. 프레시아도는 <올란도>의 텍스트를 주관성의 탈바꿈이라 명명한 후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을 통해 원전의 서브 텍스트에서 읽어낼 수 있는 문학, 철학, 성정치학, 사회학적 해석을 덧붙인다. 그리고 등장하는 최초로 미디어에 등장한 트랜스우먼, 피임약 처방의 역사 등을 감각적으로 나열하며 성전환의 역사를 영화에 효과적으로 덧붙인다. 그래서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올란도>를 재해석하는 프레시아도만의 충실한 각주이자 흥미로운 해설서로 기능한다.
상영 정보
5월3일/17:30/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5월4일/16:30/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