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El Agua
스페인 촌락의 10대 청춘들은 무료한 고향을 벗어나 도시로의 탈출을 꿈꾼다. 서로 사랑하는 소녀 아나와 소년 호세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 마을에는 강과 관련한 전설이 흐른다. 여름 홍수가 나면 마을의 강은 몸속에 물을 품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수몰시킨다. 홍수의 전조가 보이자 마을에 사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대응 태세를 취하고, 새로운 세대의 여성인 아나는 엄습해오는 전설의 무게와 공동체의 폐소성 속에서 숨 막혀한다. <워터>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형태를 빌어 물의 다양한 심상을 변주하며 흥미를 꾀한다. 물은 때론 저주받은 강으로, 때론 연인이 사랑을 키워가는 곳으로, 처리해야 할 오·폐수에서 더러운 몸을 정화하는 곳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며 관객들에게 영화에서 물이 갖는 함의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2006)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속 스페인 촌락은 너무 도식적이어서 기괴할 정도로 고정적이고 편향적인 성 역할이 잔존한다. 젠더 편향성을 포함한 마을 전체의 여전한 구습과 보수성에 지쳐 탈출을 감행하는 신세대 청춘들의 모습은 아마 윗세대 어른들도 했을 법한 고민을 나눈다. 언뜻 이곳의 여성들은 전설에 잠식당한 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이들은 은연중 서로 연대하고 함께 생존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하길 멈추지 않는다. 끝내 강의 전설을 직접 마주한 아나 또한 수몰로 비유되는 여성의 수난과 사회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길 강변한다. 영화 마지막, 아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몇 문장의 독백은 영화가 전하려는 일종의 메니페스토와 같다.
상영 정보
4월29일/10:30/CGV전주고사 3관
5월3일/20:00/CGV전주고사 2관
5월6일/14:30/CGV전주고사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