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주국제영화제]
JEONJU IFF #4호 [프리뷰] 한제이 감독,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2023-04-30
글 : 임수연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한제이/한국/2023년/112분/한국경쟁

최근 Y2K로 통칭되는 세기말을 낭만적으로 회고하는 풍경에는 그 시절 뿌리 깊게 자리한 폭력성의 민낯이 거세되어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에서 고등학교 태권도 부원 주영(박수연)과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이유미)의 퀴어 로맨스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둘의 계급적 위치다. 주영은 막역하게 지내는 남자 친구 민우(김현목)가 “김희선을 닮았다”며 짝사랑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예지와 돌연 한집에 살게 된다. 주영의 어머니가 소년원 학생들의 자서전을 검토하다 삶의 목표가 딱히 없고 그저 잘 죽는 것을 지향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예지를 일시적으로 보살피게 된 것.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 예언이 존재하던 불안 속의 설렘이 공존하던 시대, 영화는 주영과 예지, 민우 그리고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을 꿈꾸는 성희(신기환)의 우정과 사랑을 채색하며 각자의 계급적 위치에서 감내하는 폭력과 차별의 실상을 하나씩 구체화해나간다. 여성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착취하는 남성 코치 그리고 그들의 폭력을 대리해야 본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여성들의 처지, 범죄자 낙인이 찍힌 여성이 내몰리는 성 착취 환경, 지금보다도 더 호모포빅했던 시대의 풍경 등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가 그리는 청춘의 초상은 천국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선택하는 소녀들의 말간 얼굴이 형형하게 빛난다.

상영 정보

4월30일/16:3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4월30일/16:30/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5월3일/10:00/CGV전주고사 7관

5월5일/16:00/CGV전주고사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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