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항구의 니쿠코짱!', 사랑과 긍정으로 삶을 바라보는 두 세대의 여성들
2023-04-26
글 : 정재현

열심히 살았지만 모인 돈은 없고,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빚만 남기고 떠났거나 바람을 피웠다. 아무도 모르게 잠적한 마지막 남자의 흔적을 찾아 딸 키쿠코(고코미)와 일본 북부 항구 마을에 정착한 니쿠코(오타케 시노부)의 인생은 몇줄로 요약하면 박복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니쿠코는 긍정의 힘과 보통의 미덕을 믿고 밝게 살아간다. 니쿠코는 고깃집 우오가시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특유의 활력과 체구로 마을의 유명인이 된다. 한편 5학년이 된 키쿠코는 남모를 고민이 많다. 전학 간 학교에서는 급우들간의 파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자꾸만 눈에 밟히는 같은 반 남자 친구 니노미야(하나에 나쓰키)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리고 키쿠코는 티는 못 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은 엄마가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다. 영화의 제목이 지칭하는 대상은 엄마 니쿠코지만, 영화가 니쿠코만큼 공들여 주목하는 것은 키쿠코가 겪는 5학년의 고역이다. 영화는 가족영화만의 밝은 분위기와 안온한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또래에 비해 일찍 철이 든 것 같은 키쿠코의 내면에 자리한 그 나이만큼의 불안과 고뇌에 중점을 둔다. 영화는 덤벙대고 실수가 잦은 엄마를 보살피려는 키쿠코의 노력, 잦은 이주로 낯선 지역에서 늘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키쿠코의 고민, 그러면서도 한곳에 마음을 주면 엄마의 사정에 따라 언제 터전을 떠날지 몰라 엄마와 달리 사람과 장소에 쉽게 정을 주려 하지 않는 키쿠코의 혼란까지 외면하지 않고 살뜰히 챙긴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 두번에 걸쳐 서술되는 니쿠코의 인생 또한 지난한 여성 수난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삶의 위기와 무관하게 천성적으로 긍정적이고 여러 시련에 궁색해하지 않는 니쿠코는 타인에게 주었던 정의 크기만큼 그에게 책임을 다하려는 인상적인 인간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항구의 니쿠코짱!>은 두 세대의 여성이 각자 자신의 삶을 응시하고 격파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니시 가나코의 <항구의 니쿠코짱>을 원작으로 하며, 제23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이자 특별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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