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리턴 투 서울’, 정체성을 규정하는 공간으로부터의 저항
2023-05-03
글 : 정예인 (객원기자)

일본 도쿄로 여행할 계획이었던 프레디(박지민)는 행선지를 바꾸어 한국에 당도한다.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된 후 처음 찾은 한국은 그에게 낯설기만 하다. 술은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따라주어야 한다는 시답잖은 불문율부터 초면에 호구조사하는 대화 방식까지. 프레디는 한국인 친구 테나(한국화)와 동완(손승범)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지만 이내 ‘토종 한국인’이 되기보다 자기 방식대로 서울을 활보하길 택한다. 다만 테나의 한 가지 제안에는 귀 기울여본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입양센터인 하몬드 아동복지회를 들러보기로 한 것이다. 충동적으로 방문한 하몬드에서 프레디는 아버지의 연락처를 받은 후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군산에서 만난 아버지(오광록)와 그의 가족은 두팔 벌려 프레디를 맞이한다.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테나의 도움으로 프레디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서로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아버지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 줄어들기 전에 거리를 좁혀오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태도가 거북해서다. 결국 도망치듯 아버지의 곁을 떠난 프레디. 그는 서울에서 친어머니의 연락을 기다리다 프랑스로 떠나고, 수년 뒤 서울로 돌아와 아버지와 다시 마주한다.

<리턴 투 서울>은 해외 입양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헤어졌던 가족과 눈물 흘리며 재회하거나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화해하는 휴머니즘적 결말은 없다. 그보다 입양된 이들이 실제 경험할 법한 정체성의 혼란, 끝내 자신을 거부하는 친부모에게 받는 상처, 생경한 지역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각을 직시한다. 프레디의 시점에서 바라본 한국은 마치 수렁과 같다. 아무리 프레디가 “나는 프랑스인이야”라고 소리쳐도, 끊임없이 프레디를 ‘착한 한국인’이라는 규정 안에 욱여넣으려 하는 이들이 산재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혈연이라는 이유로 프레디의 사적 관계를 제약하고, 한국 남자와 결혼하라 권하며, 몸을 함부로 만지는 친부와 조모만이 프레디의 견해와 정체성을 묵살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디의 곁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테나 역시 마찬가지다. 테나는 직설적인 프레디의 말을 완곡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식으로 프레디의 목소리를 차단한다. 그럼에도 프레디는 저항적이고 거친 태도로 일관하며 무언가에 얽매인 듯 한국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한다. 요컨대 <리턴 투 서울>은 국적과 성별을 넘어서는 프레디의 노정을 통해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틀 안에 가두지 않길 요청하는 작품이다. 제48회 LA비평가협회상 뉴제너레이션상과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감독상을 수상하고, 제7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은 나한테 해로워.”

첫 만남 이후 7년 만에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에 앞서 프레디가 하는 말. 프레디는 자신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친구 막심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막심은 프레디에게 꼭 곁에 있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재회는 다시금 프레디로 하여금 한국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CHECK POINT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앤서니 심, 2022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지난 2022년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리턴 투 서울>과 함께 소개된 바 있다. 두 영화 모두 어린 시절 입양 혹은 이주한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며 마주한 이질적인 경험을 포착하고 있어 닮아있다. 다만 <리턴 투 서울>이 정체성을 규정짓지 않길 바란다면,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정체성을 수용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나란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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