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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외교관’
2023-05-05
글 : 김소미

넷플릭스 / 크리에이터 데보라 칸 / 출연 케리 러셀, 루퍼스 슈얼, 알리 안, 아토 에산도, 데이비드 자시, 로리 키니어 / 플레이지수 ▶▶▶▶▷

일견 건조한 정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8부작 시리즈 <외교관>의 가장 큰 매력은 짜릿하게 웃기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도의 방식으로. 사건은 이란 연안을 항해하던 영국 항공모함이 의문의 테러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해군 41명이 목숨을 잃고 전운이 감도는 섬나라를 의식한 백악관은 유능한 외교관 케이트(케리 러셀)를 영국 주재 미국 대사로 파견한다. 이 어려운 미션이 실은 곧 사퇴를 앞둔 여성 부통령의 자리를 대신할 새 후보를 테스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케이트 자신만 모른 채 말이다. 국제 군사위기뿐 아니라 여성 외교관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각종 성차별적 매뉴얼들, 나아가 부통령 수업까지 돌파하는 어느 걸출한 여성 전문가의 직업 탐색기는 <웨스트 윙> <홈랜드> 등 굵직한 정치 드라마를 일궈온 데보라 칸의 손끝에서 피어났다. 베테랑 작가는 미국의 자유주의적 환상을 성실히 옮기는 한편, 그런 감흥에 동요하지 않을 타국 시청자들에게는 지적인 퀸메이커 드라마의 묘미를 제공한다. 참모진 내부의 촌각을 다투는 풍경들, 전략과 유머가 무심히 얽혀드는 대사의 테트리스가 관전 포인트다.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는 우파 정치인만큼 숨은 강적도 따로 있으니, 유명세만 놓고 보면 아내보다 훨씬 주목받는 스타 외교관인 남편 할(루퍼스 슈얼) 역시 강력하다. 실상 이혼 합의를 마친 이 부부는, 세간의 이목에 발 묶여 헤어지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의 브레인이자 손발로 충실히 기능하면서 어느새 <외교관>을 로맨틱 코미디로서도 손색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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