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데스>
웨이브 ▶▶▶▷
주목받는 HBO 맥스의 새 시리즈를 국내 OTT가 빠르게 수급했다. 작품은 1980년 미국 텍사스주에 일어난 불륜과 관계된 살인사건을 다룬 책과 기획기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착실한 신자이자 평범한 부부 생활을 영위하던 캔디(엘리자베스 올슨)와 앨런(제시 플레먼스)은 아슬아슬한 외도를 즐긴다. 캔디가 앨런의 아내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베티를 도끼로 살해한다는 사건의 전말은 이미 드러난 터라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의 일원이었던 이들이 불륜에 빠지고 살인에 이르게 된 심리를 따라가는 게 관건이다.
<스트레이트 스토리>
왓챠, 티빙,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
노년의 앨빈은 의사에게 건강이 악화됐다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이 계시가 됐을까. 그는 10여년 전 사소한 감정 다툼 끝에 연락을 끊고 지내던 형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다만 이동 방법이 특이하다. 그는 66년산 트랙터에 짐수레를 연결한 채 자전거보다 느린 속도로 위스콘신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는 반로드무비라 할 만하다. 젊음과 가속, 함정의 존재가 로드무비의 대중적 외양이라면 작품은 늙음과 감속, 그리고 환대가 주를 이룬다. 외부 자극에 따른 감정의 변화 양상을 다 살피기도 전에 급히 새로운 자극이 밀려오는 요즘이라 이 영화가 보여주는 완만한 정서는 유독 더 귀하다.
<카자마 키미치카 -교장0->
왓챠 ▶▶▶
나가오카 히로키의 소설 <교장>을 각색해 2020년과 2021년 <후지TV> 2회차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됐던 <교장> <교장Ⅱ>의 시리즈 버전이다. 앞선 작품이 가나가와현 경찰학교를 배경으로 교관 카자마 키미치카(기무라 다쿠야)가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을 다뤘다면, 이번 시리즈는 키미치카가 경찰학교에 입성하기에 앞서 신입 형사를 육성하는 ‘카자마 도장’에서 형사 지도관으로 지냈던 시절을 그린다. 여기서는 살인사건이 곧 교보재인데 키미치카는 사건의 뒤에서 훈수를 두는 식으로 활약한다. 사건은 추리물의 재미를, 숙고 끝에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키미치카는 날카로운 지적 매력을 선사한다.
<트립>
넷플릭스 ▶▶▶
부부인 배우 리사(노미 라파스)와 감독 라스는 모처럼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반전이라면 이 여행이 서로를 살해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권태에 짓눌린 관계는 상대를 향한 몰이해와 빚에 쫓기는 사태에 이르자 서로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냥으로 변질돼 난투극이 개입한다. 작품은 고립된 인물이 유무형의 존재와 사투를 벌이는, <13일의 금요일>류의 영화와 궤를 같이하기도 하는데 사소한 변주들이 흥미롭다. 여기에는 주된 농락 대상이 반드시 여성이 아닌 점, 고립된 인물이 앙숙 관계의 부부라는 점 등을 포함한다. 유사 영화가 주는 장르적 쾌감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