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줄리아의 인생극장’, 우연에 관한 익숙한 상상, 닫힌 결말이라는 역설
2023-05-24
글 : 정예인 (객원기자)

80살이 된 줄리아(루 드 라주)는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한다. 몇 차례의 우연과 사소한 계기가 이끈 전환점을 되새겨보기로 한 것이다. 줄리아의 시간은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장벽이 붕괴하던 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던 17살 줄리아. 그는 베를린의 역사적인 현장으로 향하려다 아주 작은 결정으로 인해 베를린행 버스에 올라타거나 타지 못한다. 그 후 줄리아의 삶은 몇 차례의 사건을 거치며 네 가지 갈래로 나뉜다.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우연적 사건에 따라 변화하는 생의 행로를 포착한다.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리프물이나, 특정 시간 혹은 장소로 반복해서 되돌아가는 타임루프 설정과는 다르다. 줄리아가 걸어온 길은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네 방향으로 펼쳐지는 줄리아의 노정을 함께 좇으며 무엇이 그의 ‘진짜’ 삶일지 고심하게 된다.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길로 향하길 바라게 돼서다. 그러나 영화는 인생에 관한 오래된 수사를 꺼내놓는다. 어떤 생이라도 절대적인 기쁨과 슬픔으로 점철돼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영화의 끝에 줄리아의 ‘진짜’ 삶이 제시되며 메시지의 의미가 희석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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