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비록 경쟁부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올해 한국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5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 총 7편이 칸에 초청된 가운데 6개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경쟁부문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이름을 올렸다. 칸의 주요한 감독들에 대한 예우와 존경이 돋보이는 이 섹션의 무게감은 경쟁부문 못지않다. 무려 7편의 출연작이 칸의 초청을 받았던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이 배경이다. 결말만 남겨둔 상황에서 예정대로 진행이 안되고 악조건 속에 촬영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연규(홍사빈)와 그에게 연민을 느낀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송중기)의 지독한 인연을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영어 제목 ‘hopeless’처럼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영화는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송중기 배우의 칸 진출작이다.
김태곤 감독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로 주지훈, 이선균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잠>은 비평가 주간에서 만날 수 있다.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남편 때문에 일상이 악몽이 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이선균, 정유미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이로써 이선균 배우는 두편의 영화가 나란히 칸에 초청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김민희, 기주봉 배우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과 황혜인 감독의 <홀>이 단편영화 경쟁부문인 라 시네프에 초청됐다.
올해의 화제작, 놓칠 수 없는 작품들
토드 헤인스 감독의 신작 <메이 디셈버>는 악명 높은 타블로이드에서 터진 연애 스캔들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한 커플을 조망한다. 18년이 지난 뒤 이들의 과거를 탐구하려는 여배우가 등장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이 영화는 나탈리 포트만, 줄리앤 무어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를 모은다. 시네필들에게 하나의 이벤트와 같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단연 올해 후반부 칸의 화제작이다. 외계인 침공 가능성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 격리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답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안 브로디 등 명배우들이 총출동해 화려한 라인업을 선보인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클럽 제로>는 큰 영화들 사이에 숨겨진 강력한 복병이다. 사립학교의 한 영양사를 둘러싼 강렬한 심리 드라마는 흥미롭고 신비한 미로를 펼칠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쿠비>는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한 아라키 무라시게의 운명을 그린 영화로 이후의 향방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그 밖에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8년 만에 칸에 돌아온 미셸 공드리 감독의 <해답의 책>, 영화인 주간에 명예 손님으로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서프라이즈 신작, 페드로 파스칼이 주연을 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 스티브 매퀸의 <아큐파이드 시티>, 리산드로 알론소의 <유레카> 등 어느 하나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영화들로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