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가 5월27일 폐막했다. 여전히 마음은 칸에서 배회 중인 듯한 송경원, 김소미 기자는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며 다크서클을 주렁주렁 달고 출근했다. 영화 보랴 기사 쓰랴 사람들 만나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두 사람은 칸영화제 공식 굿즈 중 하나인 에코백 선물을 잊지 않았다. 칸영화제 출장자의 에코백 선물은 어느덧 <씨네21>의 전통 아닌 전통이 되어버려, 나는 칸영화제 에코백만으로 일주일 내내 새 가방을 들 수 있는 에코백 부자가 되었다. <씨네21> 기자들은 한동안 너도나도 한쪽 어깨에 ‘FESTIVAL DE CANNES’이 큼지막이 프린트된 가방을 메고서 묘한 동료애를 나눌 것이다. 시사회장에서나 거리에서 같은 가방을 멘 서로를 발견하고 슬며시 미소 지을 것이다. 사실 진짜로 기다린 건 에코백이 아니라 칸에서의 이야기다. 아직 두 기자는 칸에서의 이야기보따리를 제대로 풀어놓지 않았는데(나만 못 들은 건가?),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씨네21>의 대표 요리사 송경원 셰프는 이번 칸에서도 제대로 솜씨 발휘를 했다고 한다. 특히 아침부터 양고기를 구워 내놓았다는 대목에선 이번 출장이 미식 출장이었나 혼동될 정도였다. “프로방스 저택을 중심으로 하루가 저물도록 이어지는 길고 긴 코스요리의 시간을 플랑 세캉스로 구현한” 트란 안 홍 감독의 <포토푀>에 버금가는 미식과 영화의 조우가 이번 칸 출장자들의 숙소에서 벌어진 듯하다.
생애 첫 칸영화제 출장에 한껏 고무돼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말하는 김소미 기자와 이중 최다 칸 경험자이지만 근심 걱정이 많은 김혜리 편집위원을 포함해, 이들이 전해온 칸에서의 영화 소식을 3주간 읽다보니 올해 칸의 영화들을 하루빨리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다행히 경쟁부문의 화제작 다수가 국내 수입사를 확정했다고 한다. 매체에서의 좋은 평가가 최고상 수상이라는 결과로까지 이어진 황금종려상 수상작 쥐스틴 트리에의 <아나토미 오브 어 폴>과 감독상 수상작인 트란 안 홍의 <포토푀>는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했고, 심사위원상을 받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폴른 리브스>는 찬란, 각본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은 미디어캐슬에서 수입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궁금한 심사위원대상작 조너선 글레이저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수입사가 미정이라는데, 부디 이 작품을 놓치지 말고 수입해주길!! 캐스팅 목록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웨스 앤더슨의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6월28일 개봉을 확정지었고, 언제나 손꼽아 신작 개봉을 기다리게 되는 두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의 <라 키메라>는 엠엔엠, 토드 헤인스의 <메이 디셈버>는 판씨네마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칸에는 가지 못했지만,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행복감이 밀려온다. 설레며 개봉을 기다리게 되는 영화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