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익스트림 페스티벌’, 엉망진창이지만 사랑스러운
2023-06-07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행사 대행사 주식회사 ‘질투는나의힘’의 사장 혜수(김재화)는 충청남도 가상의 지방자치단체 망진군청이 주최하는 정종문화제 준비에 한창이다. 참, 축제는 개최 하루를 앞두고 연산군문화제로 바뀌었다! 태조의 이름이 이성계인 것은 알아도 정종의 이름은 단박에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옛날 연산군이 망진군 근처까지 사냥하러 왔다는 설이 더 중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에 군 홍보에 좋다는 것이다. 모두 군수 팽길탄(문희경)의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에 따른 조치다. 철저히 을의 입장이라 지역의 행사 사업 하나가 아쉬운 혜수로서는 속이 뒤집어져도 군수의 의향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군수는 행사 당일 지역 극단의 연극 내용을 수정하고, 극단은 불만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겨우 구한 아르바이트생 은채(장세림)는 정식 취업을 종용하느라 바쁘고, 연인이자 회사 이사인 상민(조민재)은 자신의 책 사인회에만 관심을 둔다. 퇴사했던 직원 래오(박강섭)가 되돌아온 것도 탐탁지 않은데, 군수가 원한 초대 가수는 펑크를 낸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초반부터 팔짱 끼고 스크린을 노려볼 우려가 있다. 개연성이 부족한 이야기와 공감하기 힘든 반응을 보이는 인물, 우습지도 않은 농담을 볼 때 과장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힘주어 낀 팔짱은 서서히 풀리고, 몇몇 구석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극은 계속해서 엉성한데 이상하리만치 관객의 마음은 열리고 끝에 가서는 인물 모두를 애정하게 된다. 지역 축제는 엉망진창이라 사랑스럽다는 어느 등장인물의 대사는 마치 동시에 이 작품을 말하는 것도 같다. 비결은 우선 혜수를 곤란에 빠뜨린 주요 원인이 ‘좋빠가’(좋아 빠르게 가!)를 떠오르게 하는 권력자의 불합리한 행보에 있는 듯하다. 조금 무리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한 코미디 설정이라며 비판하려다가도 그 배경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부조리여서 마음이 간다. 또 무엇보다 주요 인물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걸 엉망인 것처럼 연출한 작품에서 배우의 연기만은 진지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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