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예쁜데 이상하고, 재밌고도 무서운” 자우림의 원더랜드
2023-06-08
글 : 정재현
사진 : 최성열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은 자우림 분들이 꿈꾸는 모습처럼 잘 자랄 겁니다” 예언이었을까, 선구안이었을까. 1997년 10월, 진행자이자 선배 가수인 이소라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출연한 데뷔 3개월차 신예 밴드를 배웅하며 건넨 덕담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란 뜻의 밴드 자우림은 한결같이 변함없는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들이 만든 음악은 리스너의 마음에 저마다 뿌리내려 무성해졌다. <일탈> <매직카펫라이드> 등은 지금도 만인의 노래방 애창곡이고, <17171771>은 한때 미니홈피 최고 인기 BGM이었으며,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상실한 청춘의 찰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곡의 효용을 차츰 입증하다 급기야 동일한 제목의 인기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11장의 정규 음반을 포함해 총 25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1300여회의 콘서트를 진행한 자우림은 2022년 결성 25주년을 맞아 특별한 1년을 보냈다. ‘자몽’(자우림의 팬들을 부르는 애칭)들의 코러스가 담긴 자우림 대표곡의 리메이크 앨범 《HAPPY 25th JAURIM!!》을 공개했고, 자우림풍 잔혹 동화가 동봉된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SPOOKY X-MAS》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지난 25년을 갈무리하는 다큐멘터리 <자우림, 더 원더랜드>를 세상에 내놓을 채비 중이다. 물기 머금은 바람이 불던 연두색 5월의 어느 날 여전히 청춘의 서정(抒情)을 음유하고 예찬하는 자우림의 세 멤버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을 만났다.

25주년을 팬들과 간직하며

- 김윤아씨가 2021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심사를 하며 관람한 다큐멘터리가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이벤트의 시작이었다던데.

김윤아 자몽들과 떼창한 노래를 25주년 기념 앨범에 싣는 이벤트는 국제경쟁부문 상영작 <천 명의 락커, 하나의 밴드>에서 출발했다. 심사 당시 이 영화가 온라인 상영도 병행하고 있어 멤버들에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링크를 보냈고 멤버들도 즐겁게 봤다. 그리고 기왕 25주년을 기념할 거라면 여태 한 적 없는 특별한 작업을 하고 싶어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을 겨울에 발매하자고 제안했다.

- 한해에 앨범 2장을 발매하는 강행군이었다.

이선규 보통 이런 바쁜 계획을 짜면 팀에서 내가 가장 비관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무리한 일정이란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는데, 어느새 내가 가장 욕심을 내고 있더라.

김윤아 처음엔 선규 형이 자우림 취향의 곡과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곡을 25곡씩 수록한 더블 앨범을 만들자고 했다. 어차피 그렇게 못할 걸 알기에 형의 의견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웃음)

- 25주년 기념 앨범 제작기를 다큐멘터리로 찍자고 결심한 이후, 먼저 제작사 37th Degree에 직접 연락했다고 들었다. 37th Degree와는 한 차례 뮤직비디오(김윤아 솔로 4집 타이틀곡 <꿈>)를 작업한 인연이 있지만, 이번 영화도 37th Degree와 함께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김윤아 국내에서 음악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사례가 꽤 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제작 시 애로 사항이 많다고 하더라. 다큐멘터리인데도 대본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캐릭터나 설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에겐 이런 요구를 하지 않을 제작사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작업물의 퀄리티가 훌륭하게 나와야 했다. 우리가 아는 범위에선 이를 수행할 집단이 37th Degree밖에 없었다. 37th Degree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대형 연예 기획사와 협업도 많이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우림을 정말 좋아한다. 다큐멘터리 촬영이 취재원을 향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 아닌가. 멤버들과 상의하기 전, 나와 37th Degree를 연결해준 이은비 CD(Creative Director)에게 “자우림 다큐멘터리를 한편 찍고 싶은데 37th Degree와 만드는 게 맞는 것 같아”라고 전했다. 37th Degree측에서 삽시간에 수락했고 바로 다음날 미팅을 했다.

김진만 미팅 날만 해도 나와 선규는 이게 잘 나올까 싶었다. 브리핑을 받는데, 대표님과 감독님을 뵈니 진정성있게 작품을 잘 찍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 작품의 연출자인 김지환 감독이 기획안을 우선 보냈다고 들었다. 기획안을 처음 받아보았을 땐 어땠나.

김윤아 첫 기획안은 3부작 구성이었다. 또한 자우림의 시작과 고난과 같은 기승전결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우린 이런 걸 원하지 않는다. 녹음실에서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제작진과 우리가 늘 똑같은 생각으로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프로덕션 기간 동안 서로 많이 조율해갔다. 우리가 가장 원치 않았던 그림은 이 영화에서 자우림이 ‘연예인’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은 지금의 자우림을 있게 만든 곡들을 재녹음하는, 25주년 기념 앨범의 제작기다. 만약 기존 곡의 재녹음 과정이 아닌 신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에 포함됐다면 지금과는 작품의 톤이 달라졌을까.

김진만 뮤지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음악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담기는 걸 좋아한다. 만약 정규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이 찍혔다면 그런 영감의 순간들도 찍히지 않았을까.

김윤아 킴보 킴 감독(37th Degree의 대표)을 좀 불러달라. 2편, 3편의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네. (웃음)

- 영화에 삽입된 곡 다수가 25주년 기념 앨범의 수록곡이다. 이 음반의 경우 <일탈> 정도를 제외하면 원곡의 고유성을 그대로 보존한 채 리메이크했다. 영화를 보면 편곡에 있어 “뭘 해도 그때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는 김윤아씨의 언급도 있던데.

김윤아 이 앨범은 그래야만 했다. 지금까지 자우림을 있게 한 곡들을 선곡해 앨범에 넣다보니 최신식으로 변형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의 구성을 최대한 살리는 게 중요한 앨범이었다.

-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쓰인 두곡을 꼽자면 <팬이야>와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아닐까. 특히 <팬이야>는 수많은 자몽들이 이 곡을 사랑한다는 게 영화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선규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팬이야>를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팬이야> 시퀀스를 자꾸 보게 되더라. 앞으로 무대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분으로 이 곡을 연주하지 않을까.

김윤아 이 노래를 부를 때 늘 객석에 있는 관객을 생각한다. 일상에서 힘든 일을 겪는 분들에게 이 노래가 필요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가창한다. 부르는 나도 자신의 팬이 되고자 매일 거울 앞에서 다짐하는 가사 속 그 사람이니까.

-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2010년대 자우림의 최대 히트곡이다. 어느덧 이 노래도 발매 10주년을 맞았다.

김윤아 아직도 이 노래를 만들 당시의 장면이 각인돼 있다. 창백한 아침 햇살이 흩날리는 꽃을 비추던 봄날. 빨리 집으로 날아가 이 멜로디와 가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두근거림, 연습실에서 멤버들에게 처음 이 노래를 들려주던 날의 풍경까지. 이 노래가 히트하던 중엔 성공 여부를 잘 못 느꼈다. 자우림의 다른 노래들이 그렇듯 이 곡도 발표 당시보다 얼마의 시차가 있은 후에 사랑받은 듯하다.

김진만 제작사에서 첫 내부 시사를 했을 때 지금 버전보다 자우림을 훨씬 칭송하는 방향으로 편집돼 조금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나오며 자우림의 예전 푸티지들이 겹쳐 나오니 약간 울컥하더라.

- <our song>은 8집의 <피터의 노래>와 9집의 <이카루스>를 한 곡으로 재편한 노래다. 2021년 이 버전을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후 아예 새로운 제목으로 한 곡이 탄생했다. 자우림과 자몽들의 노래라는 점에서 위 제목이 붙은 걸까.

김윤아 정답이다. 공연에 온 팬들이야 이 버전을 들을 수 있겠지만, 이 편곡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직함 없이 오롯이 나의 이름으로

- <이카루스>가 흐르는 인터뷰 시퀀스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시네마틱한 장면 중 하나다. 김윤아씨의 유년기 고백과 교차 편집돼 흐르는 애니메이션이 특히 인상적이다.

김윤아 2018년에 자우림 팬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했을 때 최고상을 받은 'BO'의 작품이다. 제작사와 소장 자료를 공유하던 중 감독님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본 후 영화에 수록하기로 결정했고, 원작자와 논의 후 영화에 사용했다.

-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우림의 공연을 경험한 적 없는 관객은 콘서트 실황 중 남자 멤버들의 가창 독무대에 놀랄 듯하다. 사실 공연마다 남자 멤버들의 커버 타임이 있지 않나.

이선규 언젠간 없어질 악습이다.

김진만 공연 세트 리스트를 정할 때 선규와 내가 부를 노래를 선곡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김윤아 형들은 매번 노래를 안 하려고 한다. 내가 보기엔 그 무대가 자우림 콘서트의 백미인데! 콘서트 내내 나만 노래하면 그건 늪이다. 연습실에서 형들이 우리 앞에서 오디션 비슷하게 노래를 불러본 후, 많은 이들과 논의해 커버곡을 선정한다.

- 음악다큐멘터리에 걸맞게 음향 작업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안다. 공연 실황의 경우 공연 음향팀과 연락해 멤버들이 직접 믹싱에 참여했다고.

김진만 관객이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그게 최고이지 않나. 그런데 라이브 현장처럼 믹싱하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면도 있어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김윤아 엔딩과 크레딧에 등장하는 3곡은 돌비 애트모스로 작업했다. 철저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 타임이다.

- 개인 인터뷰에서 김진만씨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진만 결과적으로는 김지환 감독 때문이다. 인터뷰 날 우리 집에서 여러 자료를 찾다 아버지가 예전에 스크랩해두신 자우림의 예전 자료를 보며 감상에 젖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슬픈 이야길 하게 되고, 그러다 <샤이닝> 이야기까지 나와 울컥했는데 앞에서 취재하던 김지환 감독이 이미 울고 있어 눈물이 났다.

김윤아 고도의 연출력인가. (웃음) 김지환 감독이 연기자 출신이다. 마리옹 코티야르의 상대역으로 분한 적도 있다.

- 최종 상영본에 편집돼 아쉬운 소스를 살짝 풀어준다면.

김윤아 밝힐 순 없지만 밴드로서 중요한 이야길 털어놓은 대목이 있다. 그 파트가 꼭 영화에 실렸으면 했는데 빠졌다.

- 이번 다큐멘터리엔 아주 오래전 라이브 영상들도 푸티지로 활용됐다. 오랜만에 20여년 전 영상을 다시 본 소감은.

이선규 술, 담배를 줄여야겠다. (일동 폭소) 예전 영상들을 보니, 권태를 느끼는 밴드가 있다면 다큐멘터리를 하나 작업해보는 것도 좋은 약이 될 것 같더라.

- ‘원더랜드’는 자우림과 잘 어울리는 단어다. 영화 제목 <자우림, 더 원더랜드>는 자우림 3집의 타이틀이기도 하고, 지난해 발매한 크리스마스 앨범의 첫곡 또한 캐럴 <Winter Wonderland>의 리메이크다.

김진만 제목에 관해선 다른 후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목이 딱이다. 기적처럼, 25년째 밴드를 하고 있는 건 꿈같은 일이기 때문에.

김윤아 원더랜드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유원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너무 예쁜데 이상하고, 재밌기도 무섭기도 한 곳. 유원지는 인형탈을 쓴 사람들의 집합이기도 하지 않나. 겉에서 보면 귀여운 인형이지만 그 속엔 노동하는 인간의 사연이 있다. 자우림의 음악도 그렇다.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속으론 삶의 고역을 욕하는. (웃음)

- 김윤아, 이선규씨는 영화에서 연기한 경력이 있고 이선규, 김진만씨는 영화음악 감독 참여 경력이 있다. 하지만 세 멤버 모두 배역이나 직책이 아닌 온전한 본인으로 큰 스크린에 등장하는 경험은 처음이다.

김윤아 (포스터를 펼치며) 다른 것보다 포스터 하단 출연진에 큼지막하게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이 써 있는 걸 보니 미친 듯이 부끄럽더라. 그냥 자우림으로 써주시지.

이선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해왔지, 좋은 음향을 갖춘 곳에서 우리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최후의 순간에도 웃으면서, 즐기면서

- 자우림의 음악은 영화와 무관하지 않다. 데뷔곡 <헤이헤이헤이>는 영화 주제가였고, <밀랍천사> <Carnival Amour> 등은 영화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곡이다. <FADE AWAY>의 가사엔 <블레이드 러너>(1982) 속 로이 배티(루트거 하우어)의 유명한 독백이 인용되고, 크리스마스 앨범의 아트워크엔 <샤이닝>(1980) 속 타자기 문장이 앞뒤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영화에 관한 질문도 하고 싶다. 이선규씨의 경우 <대부> 트릴로지의 팬으로 알고 있다. 언제나 3부작을 연이어 관람한다고.

이선규 며칠 전에도 봤다. <대부>를 처음 보았을 땐 남자, 마초, 아버지와 같은 강한 키워드에 끌렸다. 하지만 이제 와 다시 보니 영화적으로 완벽하다. 최근 이탈리아를 여행했는데 <대부> 촬영지인 시칠리아는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다.

- 김윤아씨는 영화광으로 유명하다. 솔로 1집 에세이엔 영화를 향한 긴 고백이 있고, 최근 인스타그램에 멤버들과 다 함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관람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윤아 그날 본 게 사실 4차 관람이다. 최근 몇년간 나의 베스트 영화는 <3000년의 기다림>과 <서스페리아>(2018), 그리고 <그린 나이트>다. 공교롭게 앞의 두 작품엔 나의 최애 배우인 틸다 스윈튼이 나온다.. 배우 때문에 뽑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 빨라지며) 그런데 틸다 이야기를 하니 <아이 엠 러브>도 언급하고 싶고!

- 세 멤버 모두 인생의 절반을 자우림으로 살았다. 이선규씨가 영화에서 언급한 “계속해 생길 것 같은 재밌는 일”이 다른 멤버에게도 있다면.

김윤아 지금도 재밌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려면 배급사도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 영화는 시작할 때 배급사도 없고 돈도 없었다. 처음엔 25주년을 기념한 영상을 남기자는 각오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메가박스 돌비관에 우리 영화가 걸려 있다.

이선규 게다가 영화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되다니!

- 작년에도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자우림은 음반 시장의 개념이 거의 전무한 지금도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특히 11집부턴 포토 부클릿이 두툼해졌고.

김윤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발간했으면 하는 방식으로, 어릴 적부터 듣고 자라온 방식대로 앨범을 만든다. 그걸 바꿀 생각은 없다. 요즘 실물 앨범을 만들 땐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제작 방식을 고민한다.그래서 최근 앨범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책의 형태로 만들고 있고, 올해 발매한 솔로 라이브 앨범같은 2CD가 아닌 다음에야 주얼 케이스는 지양하려 한다.

- 영화에서 자우림의 음악을 관통하는 말로 ‘낙천적 패배주의’를 꼽는다. 사실 대부분의 청춘이 낙천적 패배주의자지 않을까. 세 멤버 모두 그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혹은 여전히 그 마음을 품기에 지금도 청춘을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일 실패가 예정돼 있대도 오늘을 낙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나.

김윤아 여전히 나는 우리 노래 <광야>와 <샤이닝> 그 자체인 사람이다. 멤버들도 그럴 거다. 나이가 들고 생활이 안정돼도 방황한다. <코르사주>나 <스펜서> 속 주인공들이 뭐가 부족해 번민하겠나.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살아 있다면 필연적으로 괴롭고, 그게 우리의 음악에 반영될 터다. <돈 룩 업>의 엔딩을 보면 지구 종말의 순간에도 가족도 아닌 사람들과 손잡고 식사를 나누며 죽음을 맞이하는 그룹이 있다. 딱 그 마음이다. 내일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할 거다. 울고 난리치며 탈출해봤자, 살 수 있겠나.

김진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야 하겠지만, 미래를 컨트롤할 순 없다. 낙천적으로 살아보니 손해 볼 게 없더라. 그저 주어진 숙제를 열심히 노력해 끝내고 사는 거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멤버별로 하나씩 뽑아준다면.

김윤아 이선규와 김진만의 티키타카.

김진만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우리 영화가 그렇다.

이선규 우리 셋이 뭘 잘하려 애쓰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뭔가 해내긴 한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이뤄내는 현장을 봐주었으면 한다.

- 결성 10주년엔 안식년을 선포해 휴식을 가졌지만, 20주년과 25주년엔 열일했다. 4년 후면 30주년이다.

김윤아 30주년인데 뭘 안 하면 애매하지 않나. 숫자가 30인데.

이선규 그런데 너무 자주 기념하면 ‘쟤네 또 해?’ 할까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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