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배동미·남선우의 TGV: ‘안나푸르나’ 황승재 감독, 김강현, 차선우 배우
2023-06-09
글 : 배동미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배동미·남선우의 TGV’는 개봉을 앞둔 신작 영화의 창작자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목소리가 닮은 감독과 배우

6월5일 월요일 밤 11시, <씨네21> 스페이스를 찾은 세 남자 중 두 남자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 진행자와 트위터리안들이 잠시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안나푸르나>의 황승재 감독의 목소리가 주연배우 김강현 특유의 가볍고 맑은 톤과 유사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제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김강현 배우가 감독인 척 다 대답해드릴 겁니다. (웃음)” 감독의 농담으로 시작된 이날 스페이스는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삶에 대한 생각들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과거의 나에게

사랑에 빠진 여성이 자신과 멀어지면 곧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징크스가 있는 중년 강현과 금방 누군가에게 빠지지만 마음이 식는 속도도 빠른, 군에서 막 제대한 청년 선우. 얼핏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이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섣불리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승재 감독은 젊은 날 자신에게 강현 같은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부드럽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10살 위 내가 지난날의 나와 함께 산에 오르며 고민을 들어주고 ‘그건 그런 거야’라고 얘기해주는 것이죠.” 영화 속 두 캐릭터는 금방 내려올 심산으로 등산화도 챙겨오지 않았다가 마음이 통하는 대화에 빠져 정상까지 오르게 된다.

인생은… 어쩌면 산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 이름을 딴 영화는, 높이는 크게 차이나지만 서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다. 사랑과 인간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특별히 산을 배경으로 풀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인생이 산과 비슷하잖아요.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왠지 산에선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속마음도 술술 이야기하게 돼요.”

평소 산행을 즐긴다는 황승재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북악산의 푸른빛에 관객의 눈은 편안해지지만, 산을 타며 대사를 소화해야 했던 배우들은 편안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여러 번 오르락 내리락하며 연기한 차선우는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복병은 대사량이었다. “우리 영화에 대사가 많습니다. 저보다 강현이 형 대사가 많은데 저희 둘 다 대사 전체를 외우고 촬영에 들어갔죠.” 안 그래도 대사가 많은 김강현은 무릎까지 달래가며 연기해야 했다. “오래전 뮤지컬에 출연했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산행을 잘 못해요.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밴드로 무릎을 단단히 고정한 뒤 천천히 움직였어요.”

자연이 보여준 풍경들

<안나푸르나>는 단 이틀에 걸쳐 촬영되었다. 밭은 일정인 만큼 날씨가 도와주면 좋으련만 둘째 날 3시간가량 굵은 비가 쏟아졌다. 그러잖아도 짧은 일정에 제작진과 배우들은 비가 그치기만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비의 기운 때문에 카메라에 포착된 산의 얼굴은 다채로워졌다. 비가 내릴 듯 사방이 어둑어둑하고 세찬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시작된 두 남자의 산행은 시간이 흐르면서 한낮의 햇살을 받는 순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날씨가 갠 영화의 후반부, 두 캐릭터는 산에 무거운 맘을 다 털어버린 듯 개운해 보인다.

한편 영화는 두 남자의 대화가 담긴 현재와 과거 연애를 재현한 플래시백을 오가는 문법을 취한다. 푸른 산과 대비되는 플래시백 신은 엠버톤으로 따스하게 담겼는데, 후반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색감을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은 색감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영화를 촬영한 2년 전 5월의 모습이 담긴 거예요. 의도치 않았는데 좋은 의도의 영화가 완성된 거죠. 이런 게 영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영화 스스로 포착한 빛과 뉘앙스에 대해 황승재 감독은 이렇게 표현한다.

영화라는 산을 끝까지 오르려는 감독

<안나푸르나>가 두 남자가 사랑과 삶에 대해 작은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면, 황승재 감독은 <안나푸르나>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를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이 영화의 배급을 시네마뉴원이 담당하지만 황승재 감독도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영화감독이지만 영화 배급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고 후반작업 후 개봉하기까지, 영화라는 산이 있다면 황승재 감독은 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려는 이다. “영화를 한편만 하고 말 거라면 굳이 이런 일까지 하지 않겠죠. 앞으로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그 영화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사진제공 시네마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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