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파이어하트’, 정석에 가까워 힘있는, 그래서 익숙하기도 한
2023-06-28
글 : 소은성

소방관이 되고 싶어 하던 어린 시절의 조지아(소연)에게 아버지 숀(오인성)은 여자는 소방관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1920년대 뉴욕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자아이에게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꿈꾸는 것만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숀에게도 조지아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 유능한 소방관이었던 그는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재단사가 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조지아는 숀의 눈에 띄지 않도록 소방관이 되기 위한 나름대로의 훈련을 지속한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조지아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브로드웨이 극장들을 노린 방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데, 진압에 나선 소방관들이 때마다 모두 실종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뉴욕의 소방관 800명이 모두 실종되고 난 뒤에 시장은 숀에게 도움을 청한다. 망설이던 그가 결국 시장의 지원 아래 사건 해결을 위한 팀을 꾸리기로 하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지아는 남자로 변장하고 숀의 소방팀에 자원한다.

이야기가 결말을 맺고 소방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함께 띄우는, 뉴욕에서 첫 여성 소방관들이 탄생한 것이 1982년이었음을 알리는 자막은 영화 <파이어하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며,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매끈하게 다듬어져 정석에 가까운, 그래서 매우 익숙하기도 한 어드벤처 장르의 형식 안에 기입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 안에 조지아가 극복해야 하는, 아버지인 숀보다도 더 위험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는 방화범의 모습을 한, 불화를 일으키는 이 존재의 제거 여부에 따라 소방관이 될 수도, 그것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조지아의 아버지는 극복의 대상이기보다 오히려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 사람이다. 이러한 구도는 하나의 메시지가 상품으로서의 장르 안에 기입되는 과정들과 분명한 유비 관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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