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제너레이션> The Doom Generation
그렉 아라키/미국, 프랑스/83분/스트레인지 오마쥬
1990년대 미국, 조던과 에이미는 술과 마약에 절어 지내는 10대 연인이다. 이들은 본인들보다 훨씬 방탕하게 사는 X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X는 귀공자 같은 외양과 달리 동물적인 본능으로만 사는, 요컨대 성욕과 식욕과 수면욕이 전부인 인물이다. 그의 거친 성정은 결국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지고 세 사람은 도피의 길을 떠나게 된다. X의 자유로운 생활 양식에 전염된 조던과 에이미는 셋이 함께하는 문란한 성생활까지 즐기기에 이른다.
90년대 컬트 영화계의 총아였던 그렉 아라키 감독의 ‘10대 아포칼립스 트릴로지’ 중 2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선정성을 전면에 드러내며 90년대 미국의 X세대를 표방하는 퇴폐의 공기를 영화에 가득 담는다. X세대의 의식은 정신 착란을 방불케 하는 영상미와 전복적인 영상 문법에서 선명하게 느껴진다. 가령 대화 장면에선 오버 더 숄더 구도를 이용한 숏-리버스 숏의 관습적 컷 전환을 배제한다. 대신 인물들의 얼굴을 항시 평면적으로 병렬한다. 혹은 얼굴들을 코가 닿을 만큼 근접시켜 한 프레임 안에 나열한다. 겉보기론 <필라델피아 스토리> 같은 고전 할리우드 작품들이 스타의 얼굴을 활용한 클로즈업과 비슷하다. 다만 <둠 제너레이션>에 각인된 세 청년의 얼굴, 거리감, 날것의 대사는 기성세대가 대놓고 표방하지 못했던 센슈얼함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반항적 태도를 보인다. 1995년 선댄스영화제 공개 이래 한국에선 최초 상영이다.
상영정보
7월5일/16:30/한국만화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