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전기>는 군산의 풍경을 이방인들이 남긴 흔적의 집합체로서 바라본다.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을 위한 목적으로 개항한 군산은 작은 어촌에 모인 500여명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애를 바쳐 일군 계획 도시다. 영화는 이주의 혼란과 슬픔 속에서도 일상에 뿌리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에 집중한다.
도시 다큐멘터리를 무용영화로 풀어낸 점이 독특하다. 스위스에서 온 환경 무용가 안나 안데렉이 군산의 기억을 몸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했다. 환경 무용가라는 명칭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지만, 안데렉의 작업은 자신이 속한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빚어진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재즈 1세대 그룹인 야누스의 임인건 작곡가의 음악과 더불어 꾸밈없이 소탈한 인터뷰이들의 구술과 군산 풍경의 조응이 잔잔한 감상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에서 영화적 장소로 풀이되거나, 부상하는 관광지로 알려진 군산의 이면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망대>(2014)를 기점으로 건축물과 도시 풍경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지속 중인 문승욱, 유예진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