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깔로 코미디 캐릭터를 재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왕바오창은 스무살이던 2003년, 영화 <망정>으로 데뷔한 올해 20년차 배우다. 그를 세간에 알린 작품은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와 <당안가탐안> 시리즈로, 2015년 <당안가탐안1>부터 최근 <당안가탐안3>까지 왕바오창이 없는 <당안가탐안>은 있을 수 없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주성치 감독의 <신희극지왕>에서도 그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하지만 6년여에 걸쳐 준비해 지난해 3월에 크랭크인한 <팔각롱중>은 왕바오창이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열정과 성실함을 겸비했음을 보여준다. 기획과 각본, 연출과 주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애정을 쏟은 이 영화에서 왕바오창은 대중의 코미디 이미지에 대한 기대를 보란 듯이 뒤집으며 열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팔각롱중>은 2017년 언론에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격투기 고아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중국 사천성 청두에서 농촌 지역의 고아 소년들을 입양해 종합격투기 선수로 키우는 체육관이 있다는 게 알려졌고, 왕바오창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힘없는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현실을 타개해나가는지를 다룬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농촌 지역 고아 소년을 연기할 배우를 전부 지방에 사는 소년들로 캐스팅했다.
지난 7월6일 개봉한 영화는 13일째 박스오피스에서 15억9천만위안(약 2800억원)을 거둘 만큼 거침없는 흥행을 달리고 있다. 영화 예매 앱 서비스 마오옌에서는 9.5점,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화 평점 사이트 또우반에서는 7.5점을 기록했다. 당분간 영화의 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중이 왕바오창에게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영화의 완성도를 보면 왕바오창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영화가 흥행했을까 하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성실과 진실의 아이콘인 왕바오창의 영화는 왕바오창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극장가는 7월 현재 2023년 상반기 박스오피스가 지난해 총흥행 수익인 300억위안을 돌파하며 이미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팔각롱중>을 시작으로 7, 8월 성수기에 어떤 작품들이 극장을 채울지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