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트, CG 비주얼 관전 포인트
2023-08-01
글 : 송경원

재난물의 핵심은 재난 그 자체다. 대지진 후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버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이후의 상황이 핵심이다. 이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과 같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려나갈 다채로운 드라마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건 다름 아닌 아파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는 단순한 이야기 무대를 넘어 또 하나의 인물, 아니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 디스토피아 속에서 빚어낸 영화적 유토피아의 단편을 전한다.

#1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보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성패는 리얼리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당연히 홀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다.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사이즈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실제 규모의 아파트를 3층까지 건축시공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후반작업을 통해 3층 규모 세트를 카피해서 붙이는 방식으로 15층 아파트가 완성됐다. 낡은 아파트 특유의 질감과 공간의 생생함을 살린 비결이 여기에 있다. 아파트의 내부는 정교한 세트로 재현하는 한편, 각 캐릭터의 사연을 읽어낼 수 있는 개성을 부여하여 리얼리티를 더했다.

#2

영탁(이병헌)이 사는 아파트 내부. “황궁 아파트 외부 세트는 외형과 어린이집, 식량배급소 등 내부 세트를 포함해서 제작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영탁, 민성, 명화, 금애, 도균의 집 내부는 실내 스튜디오에 세트 제작했는데, 그중 영탁의 아파트 내부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황궁 아파트가 대략 1970년대에 만들어질 당시의 모습을 유지시킨 컨셉이다.”(조화성 미술감독)

#3

실제에 가까운 세트와 대규모 프로덕션을 통해 물리적인 실감을 구축했다면, 디테일을 더해 사실적인 화면을 완성하는 건 CG의 몫이다. 제작 기간만 2년여의 시간이 투입된 CG는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풍경을 완벽하게 되살린다. 은재현 CG 슈퍼바이저는 서울 곳곳의 모습을 직접 탐사하며 찍은 1만장이 넘는 사진을 토대로 폐허가 된 뒤 서울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간판, 표지판, 가로등 사이의 거리까지 생활감이 돋보이는 디테일이야말로 폐허가 된 콘크리트 속에 누군가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다.

#4

재난 이후의 상황을 제대로 그리려면 우선 지진 그 자체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작팀은 눈앞에서 지진을 목격하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버전으로 지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디테일을 더했다. “땅이 쏟아오르고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100가지 넘는 버전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은재현 CG 슈퍼바이저가 밝힌 비결 중 하나다. 특히 무거운 물체가 마치 액체에 잠기듯 땅 밑으로 파고들어가거나 거미줄 같은 땅의 균열을 통해 지진이 남긴 상흔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지진으로 황폐화된 세상에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황궁 아파트지만 ‘그 또한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라는 불완전한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으로 구덩이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5

재난의 풍경에 마침표를 찍는 건 결국 사람들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생활감 물씬 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강추위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구현했다. 지진 후 강추위가 몰아닥쳤다는 설정을 살려 찬바람에 거칠어진 피부와 동상에 걸려 붉어진 피부색, 뻣뻣하게 헝클어진 머리 등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히 재현했다. 특히 촬영 기간이 여름이었는데 추위와 한파 속의 생활감을 살리기 위해 두꺼운 패딩을 벗을 수 없었다고 한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아파트 외부의 폐허가 된 풍경은 전체적으로 CG 의존도가 컸다. 프리프로덕션 컨셉인 지형 변화를 극대화했는데, 바닥 지형을 실제 베이스로 한 뒤 인물 뒷면에 블루매트 작업을 배치하여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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