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속 아이러니를 유려하게 그려내는 인간 군상극
2023-08-09
글 : 송경원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너머 삶의 양태와 방향을 반영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황궁 아파트를 무대로 인간 군상의 내면과 사회적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재난영화다. 지진 이후 찾아온 한파로 사람들이 거리에서 얼어죽는 가운데 사람들은 자연스레 황궁 아파트로 모여든다. 불안을 느낀 아파트 주민들은 단체를 조직해 외부인을 쫓아내고, 이른바 아파트 정비 사업을 통해 거주자만을 위한 폐쇄적인 왕국을 만들어나간다. 엉겁결에 대표로 추대된 영탁(이병헌)은 아파트를 지켜야 한다는 목적에 잠식되어간다. 공무원이란 이유로 직책을 맡은 민성(박서준)은 영탁에게 점차 물들어가고 아내 명화(박보영)는 그런 민성의 모습에 점점 불안해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대신 그 이후 아이러니한 상황에 던져진 인간 군상의 반응을 응시한다. 아파트의 역사를 소개하는 과감한 몽타주 오프닝을 시작으로 텐트폴 무비의 장르적인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감독의 개성을 적재적소에 살린 장면들이 곳곳에서 빛난다. CG로 구현된 지진의 스펙터클과 완성도 역시 상당한데 분량이 적어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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