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감독의 말은 들었지만, <보호자> 액션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 처음엔 설정을 많이 줬다. 예컨대 게르의 월등한 거구를 상대하는 수혁(정우성)의 움직임 안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감독과 영화를 준비해가면서 보여주는 액션에 힘을 주기보다 수혁이 이렇게 계속 갈 수밖에 없는 감정의 표현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수혁은 게르를 넘어가야만 딸을 구할 수 있는 입장인데 게르는 사냥꾼이다. <보호자>는 전에 못 봤던 액션을 보여주진 않으나 접근 방식의 포인트가 다르다.
- 그래도 <이저씨>하면 관절을 탁탁 끊어내는 듯한 액션을 생각하듯이 시그니처가 없나.
= 결과적으로 동작이 찍히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다. 호텔에서 수혁과 붙어 승부를 보지 못한 게르는 스스로 무적이라고 자부해온 자로서, 수혁을 목표로 삼게 된다. 그래서 아지트를 찾아갔을 때 의자로 수혁을 가둬놓고 먹이를 갖고 놀 듯 즐길 수도 있다. 반면 수혁은 액션을 하지만 액션에 관심이 없다. 응징이 아니라 딸을 되찾는 길을 막는 장애물을 어쩔 수 없이 걷어내는 식으로 싸운다. 그래서 100%가 아닌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보호자>의 액션은 철저히 수혁의 감정선 위에 있다.
- 절정 대목에 액션 세트 피스를 터뜨리는 구조가 아니라 아쉽지는 않았나.
= 무술감독으로서는 세고 강하게 가는 안무가 차라리 쉽다. 오늘 찍은 시퀀스도 수혁이 치고 들어왔을 때 적들이 와르르 달라붙지 않고 어쩔 줄 몰라 머뭇대는 심리적 부분이 들어간다. 정우성 감독은 상황, 연기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어서 내게 전달해 큰 도움을 받았다. 액션 신에는 홍콩영화에서처럼 상황을 으레 들어가는 컷과 촬영기법이 있는데 우리 영화에는 그런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