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영화>
왓챠, 티빙 ▶▶▶▶
정해진 시나리오 없음. 정해진 배우도, 카메라도 없음. <나쁜 영화>는 전통적인 픽션 영화의 제작 방식에 반하는 조건들을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이 선언이 효과적인 전략인 이유는 영화가 1990년대 도시의 변두리에서 떠돌던 이들, 끊임없이 탈선하며 신분 바깥으로 탈구되는 존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 청소년들이 직접 출연하고 각본을 쓰기도 했다는 정보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고정된 규범을 이탈하는 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공동체의 안과 밖을 오가면서 다큐와 픽션이 혼재되는 순간들과 날것으로 마주치게끔 한다.
<고독한 영혼>
왓챠 ▶▶▶▶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시나리오작가 딕슨(험프리 보가트)이 이웃 여인인 로렐(글로리아 그레이엄)과 로맨스를 이어나간다. 한 여성의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 목격자와 용의자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딕슨이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낼수록 로렐은 점차 불신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로맨스의 긴장과 범죄소설의 미궁을 겹쳐놓으며 전자가 후자의 그림자로 함몰될 때까지 연인의 추락을 응시한다. 결국 파국으로 치달은 관계의 끝을 확인한 뒤 비틀거리며 로렐의 방을 빠져나온 딕슨은 자신의 방이 아닌 아파트 대문으로 향한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방금 모든 것을 잃은 남자는.
<헝거>
왓챠 ▶▶▶▶▷
영화는 메이즈 교도소에 수감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인 보비 샌즈와 동료들이 스스로의 몸을 수단으로 투쟁하는 과정을 소묘한다. IRA는 교도소 밖에서는 교도관을 저격하는 테러 활동으로, 교도소 안에서는 자신의 몸을 파괴하며 끈질긴 저항을 이어나간다. <헝거>는 투쟁을 연대기적으로 제시하며 사건화하는 대신, 몸과 몸이 부딪히고 마모되어가는 순간을 증폭해 감각민속지에 가까운 시선으로 포착한다. 카메라는 저항하는 조직원과 이들을 진압하는 교도관, 경찰 사이를 옮겨다니면서 오물과 피, 구타하는 소리와 신음, 벗겨진 살갗 등과 같은 국소적인 감각을 경유해 현장을 증언한다.
<세계의 욕망>
왓챠 ▶▶▶▷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이 참여한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정글에서 촬영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설명처럼 위라세타꾼은 정글을 영화 만들기라는 활동에 대한 기억이 다시 한번 상연되는 무대로 재탐색한다. 영화 만들기에 대한 체험은 영화를 보는 체험과 동질할 수 있을까. <세계의 욕망>은 합치되지 않는 두개의 시공간을 중첩한다. 정글이 세계의 안과 밖을 뒤집어 모든 비밀을 자신의 신비로 탐닉하는 장소라면 영화는 그 신비를 헤집는 서치라이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