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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디 아더스’ ‘번지점프를 하다’ ‘콰르텟’ ‘호우시절’
2023-08-25
글 : 이유채

<디 아더스>

넷플릭스,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

1945년 영국의 외딴 저택의 안주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 자녀들 때문에 커튼 치는 일에 집착하며 2차대전에 참전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룬다면 이 영화가 더위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2001년작 <디 아더스>는 ‘귀신 들린 집’ 장르의 공포영화로, 발밑에서 드라이아이스 안개가 퍼지듯 으스스한 냉기가 감도는 영화다. 보이진 않으나 분명 안에 있는 존재를 우아하고 능숙하게 숨겨 관객을 마지막까지 어지럽히고, 아메나바르만의 깜짝 반전이 슬픔이 깃든 집 앞을 서성이게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시리즈온, 웨이브 ▶▶▶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다른 이병헌의 모습이 보고 싶다면 이 영화다. 김대승 감독의 2001년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그는 영원불멸한 사랑에 뛰어드는 남자 인우를 맡아 대학생부터 교사까지 소화한다. 그의 연기는 인우가 죽은 연인 태희(이은주)의 환생인 남자 제자 현빈(여현수)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후반부에서 절정에 이른다. 자신을 덮치는 사랑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인우를 보다 보면 그가 얼마나 세분된 감정 팔레트를 가진 배우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어디선가 보았을 해변에서의 왈츠 신과 번지점프 신도 전후 맥락을 알고 다시 보면 감흥이 깊다

<콰르텟>

넷플릭스 ▶▶▶▶▷

2017년작 <콰르텟>은 대사를 받아 적느라 진도 나가기가 힘든 10부작 일본 드라마다. 이 작품 안에 명대사가 가득한 건 사카모토 유지가 대본을 썼기 때문이다. 일상을 관찰해 독창적인 대사를 쓰는 각본가다. <최고의 이혼>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으로 알려진 그는 칸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로 각본상을 받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멤버 전원이 애매한 재능을 가진 현악 4중주단 ‘콰르텟 도넛 홀’의 합숙기다. 식탁에 놓인 닭튀김과 레몬 조각처럼 눈앞에 있는 것에서 시작해 인생사 전반으로 뻗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수다를 듣다 보면 풍부한 통찰에 감탄만 나온다.

<호우시절>

넷플릭스,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티빙 ▶▶▶▷

<보호자>로 정우성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면 이 작품이 어떨까. 2009년작 <호우시절>에서 정우성은 30대 회사원 박동하 역을 맡아 허진호 감독의 짧고 들끓는 시간 속을 걷는다. 중국 청두 출장길에 오른 동하가 유학 시절 연인이 될 타이밍을 놓쳤던 친구 메이(고원원)와 재회해 보내는 3박4일을 그렸다. 4월 청두의 푸릇한 거리와 봄밤의 정취를 정갈한 촬영으로 고스란히 담아내 계절감이 살아 있다. 이제라도 사랑하려는 남녀의 절실한 현재 감정에 집중한 영화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잔여물에 주목해온 허진호 감독의 여타 작품과 다른 결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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