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타겟’, 디지털 시대 새로운 종류의 공포를 소재 삼은 영화들이 오히려 신선함을 잃는 딜레마
2023-08-30
글 : 임수연

중고시장 규모 25조원, 플랫폼 누적가입자수 6천만명 시대(2021년 기준). 누군가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돈을 입금하고 주소를 알려주고 심지어 집에 발을 들일 수 있게 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타겟>은 망가진 물건을 보내고 잠수를 타는, 가장 흔한 형태의 중고거래 사기에서 시작해 이를 연쇄살인사건 스릴러로 확장한다. 신형 아이맥 24인치 중고거래를 위해 별 생각 없이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인 남자가 살해당하고, 범인은 그의 집을 아지트 삼아 중고거래를 이용한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인다. 인테리어 회사 팀장 수현(신혜선)은 현장 인부들과 직접 부딪치는 일도, 회사 상사의 추파에도 씩씩하고 칼같이 대처하지만, 그런 그도 중고거래 범죄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이제 막 이사한 집에 저렴한 가격으로 살림살이를 마련하려다 고장난 세탁기를 잘못 구입하게 된 그는 자신에게 밀려오는 스트레스의 싹을 잘라내고자 직접 범인을 잡기로 마음먹는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뒤져 범인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를 찾아낸 수현은 그가 남기는 글마다 사기꾼이라는 댓글을 달고 통쾌해하지만 그날 이후 수현의 핸드폰으로 매일같이 협박성 문자가 오고 심지어 낯선 인간이 집에 들렀다 간 흔적이 발견된다.

영화 초반부 공포의 기제로 작동하는 소재는 신선하다. 조작 가능한 단편적인 거래 내역만으로 쉽게 사람을 믿고 큰돈과 프라이버시가 오가는 중고거래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본론에 들어가기까지 캐릭터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범인이 본격적으로 수현을 표적으로 삼은 이후 발생하는 사건은 <타겟>의 차별화된 장치였던 중고거래와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혼자 사는 여성이 폭력에 노출됐을 때 종국에 느끼는 무력감, 개인 정보 유출에서 파생될 수 있는 갖가지 범죄의 양상은 이미 <오피스> <도어락>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등 최근 한국 스릴러영화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그림들인 데다 해당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시감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직후 분노와 누적되는 스트레스, 사기꾼을 잡겠다는 오기, 자신이 살인범의 타깃이 됐다는 것을 인지한 후 느끼는 극한의 공포심 등을 매끈하게 연기한 신혜선은 성실한 안내자 역할을 정석적으로 수행하며 극을 지탱하는 힘을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수현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 김성균, 이주영, 강태오 등은 배우의 존재감에 비해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감이 있다. <명당> <퍼펙트 게임><인사동 스캔들>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의 신작이다.

"보통 이게 세달에서 네달 정도 걸립니다."

중고거래 사기의 경우 매일 경찰서에 수많은 사례가 접수되고, 온라인 범죄의 특성상 추적하기도 어렵다. 또한 사이버 수사대 범죄는 사건 통합에 시간이 걸리고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광역수사대로 관할을 옮길 수 있다. <타겟>에는 최근 온라인 기반 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사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CHECK POINT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감독 김태준, 2022

현대인들이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내밀한 정보까지 들어 있다. 그런 기계가 해킹 능력을 가진 살인범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 인물의 거의 모든 정보를 파악한 후 접근하는 새로운 범죄 유형을 다룬 스릴러영화다. 다만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종류의 공포를 다룬 작품들이 연달아 기획되면서 오히려 신선함을 잃는 딜레마는 한국의 허리급 장르영화들이 앞으로 고민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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