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스파이 코드명 포춘’, 긴박하고 빠르게, 다만 익숙하고 뻔하게
2023-08-30
글 : 이자연

전세계 무기 거래 암시장을 장악한 그렉(휴 그랜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핸들을 거래한다. 핸들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 전세계를 붕괴시킬 막대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보를 입수한 국가정보국은 올슨(제이슨 스테이섬)을 앞세워 그의 질주를 막고자 한다. 팀 포춘을 꾸린 올슨은 세계 최고의 스파이로서 그렉의 음모를 추적해 나가고, 치밀한 계략과 전투를 통해 스릴감을 고조시킨다.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화려한 첩보 액션, 신의 포인트를 다잡은 음악까지 영화는 몰입감을 높이면서 강한 빌런과 대등한 스파이 포춘의 위력을 내세운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튀르키예, 모로코 등 북미와 유럽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지역적 배경을 바탕으로 구현된 액션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이야기의 무게가 묵직하게 이어질 즈음, 테크 기술자와 샷건 마스터, 위장에 강한 무비 스타로 이뤄진 팀 포춘 팀원들은 사건을 우당탕탕 몰아가며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무비 스타 대니로 분한 조시 하트넷의 능청스럽고 장난기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키포인트다. 포춘의 협박 아닌 협박에 지금껏 시도해본 적 없던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모습은 허술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인물을 향한 관객의 애정도를 공략한다. 이외에도 어떻게든 타깃을 명중시키는 명사수 사라(오브리 플라자)와 포춘과 티격태격하는 재미를 더한 네이선(케리 엘위스), 유연한 대처 능력을 내세운 J. J 등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인물 한명 한명의 매력을 부각했다. 이렇듯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스파이팀이라는 체제가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는 가운데 개인의 개성을 잃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다만 시종일관 어지럽게 흘러가는 방향성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심 목적이 흐려지는 아쉬움이 발목을 붙잡는다. 또한 스파이물의 치밀한 전략보다는 캐릭터 싸움을 전면으로 내세운 듯한 인상이 강하게 남고, 다소 허술해 보이는 액션 시퀀스는 이야기의 강도를 무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데드풀> 등으로 어드벤처의 활기를 더한 나이절 에번스 미술감독의 섬세한 프로덕션 디자인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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