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람보르기니: 전설이 된 남자', 거창한 고유명사만 남아 공회전하는
2023-08-30
글 : 김소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젊은 람보르기니(로마노 레지아노)는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농장에서 트랙터를 몰면서 공학적 관심을 키워간다. 그의 곁에는 동료 군인 마테오(마테오 레오니), 사랑에 빠진 여인 셀리아(한나 반데어 웨스투이센)가 있다. 영화는 이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람보르기니(프랭크 그릴로)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일 람보르기니를 만든 실존 인물의 자취를 좇지만, 그의 삶이 가져다주는 영감을 제공하는 데 영화는 무심하다. 외려 강수를 두는 쪽은 람보르기니 대 페라리의 대결 장면인데, 목적과 맥락을 상실한 레이싱의 스펙터클은 금세 휘발되고 만다. 두 걸출한 브랜드의 라이벌 구도가 감정의 인력을 갖지 못하고 파편화된 경주 장면 사이로 흩어진다는 사실은 <람보르기니: 전설이 된 남자>의 연출적 패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보비 모레스코 감독의 이 실패작은 전기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으로 인간에 대한 통찰, 심리적 표현의 깊이의 필요성을 곱씹게 한다. 화려한 이력을 개척해 전설이 된 남자, 동경의 대상이 된 슈퍼카는 위인전에 머무르는 내러티브 안에서 본래의 특출난 매력을 발휘할 기회마저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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