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로히어르스(타커 니콜라이)는 촉망받는 23살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제니퍼는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 진출에 성공해 대회 참가 전 뮤직 샤펠로 향한다. 뮤직 샤펠은 외딴 고성으로, 11명의 콩쿠르 본선 진출자들은 이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합숙하며 1주일간의 연습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뮤직 샤펠에 도착한 제니퍼는 서로 어울리며 지내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합숙 내내 스스로를 과시하기 바쁜 나자렌코(재커리 샤드린)는 제니퍼에겐 눈엣가시다. 그렇다고 연습에만 열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니퍼는 격리 기간 내내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와 싸운다. 제니퍼를 괴롭히는 두 가지 기억은 모두 그의 원가정으로부터 연유한다. 일찍이 제니퍼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루스 베쿠아르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제니퍼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정서적으로 억압했고, 제니퍼의 성공 이후에도 딸에게 집착한다. 그런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케빈 얀센스)는 끝없이 가정 불화를 일으키며 불안을 조성했다. 경선은 다가오고, 제니퍼의 신경은 갈수록 예민해진다.
천재의 불우한 과거와 이로부터 비롯된 스트레스는 수많은 심리 스릴러 영화들이 줄곧 차용해온 소재다. <뮤직 샤펠>은 이 클리셰를 가져오되 서사에 의도적으로 공백을 두는 실험을 감행한다. 이를테면 영화는 제니퍼의 과거를 교차 편집을 통해 자세히 서술하는 반면, 현재 제니퍼가 뮤직 샤펠에서 느끼는 공포의 직접적 원인은 끝까지 밝히지 않거나 다소 늦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드러낸다. 이같은 서사의 빈칸은 끝까지 미지의 요소로 기능하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전혀 무서운 장면이 이어지지 않음에도 막연히 공포스러운 상황을 예측하게 만드는 의도적 숏 또한 관객의 불안을 내내 가중하며 영화 내 서스펜스의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한다. 제니퍼의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현재 시점의 몇몇 포인트는 유려한 매치컷을 위해 다소 편의적으로 사용된 듯한 느낌을 준다. 올해 개최된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영화 내내 인상적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