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런스 데이비스 감독이 77살의 일기로 별세했다. <BBC>는 테런스 데이비스 감독이 “짧은 투병 끝에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으며 매니저와 유가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병명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 리버풀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노동자인 부모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테런스 데이비스는 자전적 영화의 스타일과 감수성을 새롭게 고안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훗날 무신론자를 자처하고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그는 성장기에 경험한 종교적 억압과 예술의 세례를 시적인 화면 속에서 그리며 밝은 빛으로 나아갔다. 20대 중반까지 해운회사 사무원, 회계법인 경리, 상점 종업원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다 코번트리드라마학교, 국립영화학교에서 영화 각본을 쓰기 시작했고, 소년 로버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단편 연작 <칠드런>(1976), <마돈나와 어린이>(1980), <죽음과 변신>(1983)을 발표해 ‘테런스 데이비스 3부작’을 완성한다. 1988년 발표한 첫 장편 <먼 목소리, 조용한 삶>부터 <롱 데이 클로즈>(1992), <네온 바이블>(1995) 등의 초기작을 거쳐 <환희의 집>(2000), <딥 블루 씨>(2011), <선셋 송>(2015), <조용한 열정>(2016)에 이르는 동안은 문학 작품과 문인들의 삶을 각색하는 작업에 충실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시인, 시그프리드 서순의 삶을 돌아보는 <베네딕션>(2021)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게이로서의 섹슈얼리티를 지그시 탐구하는 초기 주제에 대한 열정이 여전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고향을 향한 애정과 냉정을 독특하게 섞은 다큐멘터리 <리버풀의 추억>(2008) 역시 테런스 데이비스의 인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고인은 타계 전까지 슈테판 츠바이크의<우체국 아가씨>를 각색한 영화를 제작 중이었으며 작품의 향방은 아직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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