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블루 자이언트’, 뜨거움보다 뜨거운, 전력의 마주보기
2023-10-18
글 : 김예솔비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라는 목표의 뒤편이 얼마나 어둡고 멀든 간에 다이(야마다 유키)는 나아가기로 한 이상 앞으로 향하는 사람이다. 색소폰을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의 밀도는 손가락의 굳은살이 말해주듯 질적으로 남다르다. 그러니까 다이의 음악적 재능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무한동력에 가까운, 목표에의 강한 이끌림이라는 재능이다. 무작정 도쿄로 향한 다이는 우연히 들른 라이브 공연에서 유키노리(마미야 쇼타로)의 피아노에 감명을 받고 그에게 함께 팀을 하자고 제안한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진로를 탄탄히 다져온 어린 베테랑인 유키노리는 자신의 수준과 다이의 목표에 걸맞은 드러머를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얼떨결에 드럼을 맡게 된 사람은 다이의 고향 친구인 슌지다. 완전히 초심자인 슌지(오카야마 아마네)가 합류하면서 팀 ‘재스’는 연륜보다는 홧홧하게 튀어오르는 열정으로 재즈를 정면 돌파할 것을 예고한다. 세 사람의 목표는 10대가 가기 전에 재즈클럽 ‘쏘블루’의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블루 자이언트>는 재즈의 다채로움만큼이나 세 사람의 성장을 응시하면서 서로를 발판 삼아 높아지는 관계의 묘사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영화는 결국은 뜨거움을 넘어 새파랗게 타오르게 될 거라는 전력의 믿음 아래 누군가의 서툴고 격렬한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특히 주인공인 다이에게 이 시간은 더욱 넓은 세계의 무대로 향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다이의 심리적 고뇌를 보여주기보다는 목표로 향하기 위해 쏟아붓는 열정의 강도와 노력의 크기를 강조하면서 거쳐야 할 단계에서 마주친 장애물을 매번 예측한 것보다 살짝 높게 뛰어넘는 쾌감을 자아내는 데에 주력한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세 사람이 하나의 팀이 되어 서로를 보조하고 응답해야 한다는 재즈의 특징이다. 재즈는 뜨겁다는 감각과 함께 타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내장을 꺼내 보여야 할 정도로 신체의 표현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경력도, 성격도 다른 세 사람이 공동의 열정 아래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은 위기와 엇나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의 우정은 마치 재즈처럼 변주와 이탈로서의 화합이라는 연주와 함께 완성된다.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동작, 흘러내리는 땀과 눈물의 역동적인 구현은 ‘소리가 보이는 만화’라는 원작의 장기와는 다른 성격의 매력을 선사한다. 위기와 극복이라는 극적인 절차가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이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원작의 서사가 2시간이라는 극장 체험의 단위로 압축된 작용이기도 하다. 러닝타임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실제 라이브 연주로 이루어진 사운드트랙의 진공이 압도적이다.

“이 무대를 평생 기억하겠어.”

첫 라이브 공연을 앞둔 다이의 독백. 다이는 자신이 그려갈 성장의 자취를 알고 그 순간의 충만함을 누린다. 그의 연주에는 바로 그와 같은 확신이 새겨져 있다

CHECK POINT

<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 감독 이시하라 다쓰야, 2016

고등학교 취주악부 부원들의 갈등과 성장을 다루는 <극장판 울려라! 유포니엄>은 10대가 주인공이라는 점, 음악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한계막을 뚫고 나가려는 안간힘을 청춘의 특권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10대의 끝자락이라는 한시적인 시간의 재료 안에서 반짝이는 떨림과 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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