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프리 철수 리’, 검붉은 아메리칸 드림, 디아스포라의 영혼을 애도하고 기억하며
2023-10-18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1973년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21살 청년 이철수는 중국인 갱단을 총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조차 하지 못했을 세명의 백인 목격자가 그를 공통으로 지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철수는 1977년 칼을 휘두르며 시비를 걸어온 백인 수감자와 싸우다 그를 살해하게 된다. 이철수는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철수의 오랜 벗이자 그의 사건을 지켜보며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랑코 야마다, 이철수 사건의 이면을 세상에 알린 <새크라멘토 유니언>의 이경원 탐사보도 기자, ‘이철수 구명위원회’를 결성한 고 유재건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프리 철수 리’를 위한 목소리가 시작돼 점차 세상으로 번져나간다. 그의 사연은 한인 사회를 들끓게 만들고, 이는 곧 아시아계 민권 운동으로 번져간다.

“저는 천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악마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겉보기에 어떻든 살인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두는 건 부당합니다.” 한국 전쟁기에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소년원을 전전하다 20대에 사형수가 된 이철수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상흔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일면과도 겹친다. 한 사람의 생은 사회와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는가, 그리고 한 개인의 복잡다단한 삶의 방향은 세상이란 무대를 벗어난 뒤 어떤 예기치 못한 모습과 형태로 흘러가는가. 10년간의 옥살이 후에도 마약중독과 화재 사고 등 굴곡진 생을 살았던 이철수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9년, 이철수가 잊히는 것을 막고 싶었던 한국계 미국인 하줄리, 이성민 감독이 아카이브 영상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해 이철수와 그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고국의 관객에게 선보인다.

영화 곳곳에 흐르는 밴드 타워 오브 파워의 노래 <You’re Still a Young Man>의 아름다운 선율이 이철수가 겪은 고초를 부각하며 영화에 특별한 정서를 부여한다. 이철수의 1인칭 시점 내레이션을 맡은 세바스찬 윤의 깊이감 있는 목소리 또한 인상적이다. 제38회 선댄스 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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